《정견경》(正見經, 이하 《MN 9경》)과 《대구치라경》(大拘絺羅經, 이하 《중아함 29경》)은 모두 정견(正見, sammadiṭṭhi)을 통해 정법(正法, saddhamma)에 도달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두 경은 내용과 배열이 거의 같으며, 모두 사성제의 형식을 통해 십이연기(十二緣起)의 법(法)을 설명한다. 하지만 두 경은 무명(無明, avijjā)과 누(漏, āsava)의 부분에서 각각 서로 다른 배열과 설명을 갖는다.

우동필(전남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수료) <사진>박사는 '《MN 9경》과 《중아함 29경》에 나타난 무명과 누의 해석문제'란 제목의 논문에서 부처님의 원음과 관련해 일치와 불일치의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불일치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시켜 그 결과를 검토하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한 이 논문은 제8회 한국불교선리연구원 학술상에 선정돼  29일 오후 2시 성북동 정법사 설법전에서 열리는 ‘제8회 선리연구원 학술상 시상식 및 학술회의에서 발표된다. .

우동필 박사는 이 논문에서 3가지 새로운 방법론을 제안했다.

첫 번째로 후라우발러, 라모뜨등이 제안한 방법론, 즉 《니까야》와 《아함경》의 내용이 대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양자의 일치점을 붓다의 원음으로 간주하는 방법을 고려했다. 이는 양자의 일치하는 부분에서 의미를 지닐 수 있지만, 본문의 주제와 같이 불일치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로 페터, 슈미트하우젠등이 제안한 ‘고등비평’ 혹은 ‘최상의 문헌비판적 방법론’을 고려했다. 이 방법론은 MNA, Dhs, AKBh와 같은 역사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비교 우위로 두고 초기 경전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론을 통한 결론은 ‘욕루는 욕계에 해당하고, 유루는 색계·무색계에 해당하며, 무명루는 삼계에 해당한다. 욕루, 유루는 무명과 다른 것으로 상호 원인이 되고, 무명루는 무명과 같은 것으로 상호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본문은 두 번째 방법론에 대해 코우진스가 타당하게 제기한 것처럼, 그러한 결과가 붓다의 전체 교법에 부합될 수 있는 가를 다시 검토했다. 그 결과 두 번째 방법론을 통한 결과 또한 그 자체로 ‘정합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붓다의 전체 교법에도 부합할 수 없었다.

마지막 세 번째 대안으로 붓다가 교법을 전하는 방식인 대기설법의 관점을 고려했다. 본문의 대기설법의 관점이란 곰브리치가 제안한 것처럼 붓다의 교법이 청자로 향해질 때 발생하는 다의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청자에게 향해진 대기설법이 다시 전체 교법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가에 관해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기설법이 다양한 청자들을 향해 있을 지라도 붓다의 전체로서의 교법의 정합성이 없다면, 대기설법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본문은 먼저 ‘설법’의 관점을 고려하여 전체 교법에서 새로운 누의 영역과 위치를 밝혀서 《MN 9경》에 나타난 무명과 누에 대한 설명을 해명했다. 그 다음 ‘대기’의 관점에서 누의 개념을 자이나교 사상과 붓다의 관점을 고려하여 무명과 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안했다.

‘설법’의 관점에서 “무명의 집기 때문에 누가 집기한다”는 설명은 십이연기에서 첫 번째 무명에 의해 여덟 번째 애의 위치에서 누가 발생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누의 집기 때문에 무명이 집기한다”는 설명은 육근을 수호하지 못했을 때 수의 불고·불락에서 무명을 여실하게 관찰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명이 지속되는 것을 나타낸다. 설법에서 새로 설정된 누의 위치를 ‘대기’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누는 자이나사상의 이해처럼 영혼을 더럽히는 물질이 영혼으로 유입(流入)되어 속박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육근을 수호하지 못한 자신의 의식이 외부의 대상으로 유출(流出)되어 다시 그것을 취착(取, upādāna)하는 오취온의 의식 과정에 설명에서 그 개념이 지닌 의미가 있다. 즉 유출된 것(漏, āsava)을 취착한 의식의 상태는 오취온의 상태이고, 오취온의 상태이기 때문에 다시 무명이 집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동필 박사는 “본 연구는 십이연기의 이해에 출발점이 되는 무명과 누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문적 기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보완된 대기설법의 방식 역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대안적 방법론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학술상은 우수상(양현상)에 이상민(고려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수료) 박사의 '《입능가경(入楞伽經)》 주석서에 나타난 지론사상(地論思想)의 한 측면 - 둔황사본 우(羽) 726R 《대승십지논의기(大乘十地論義記)》을 중심으로'가, 학술상에는 이해임(서울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수료) 박사의 ' 범망경보살계본사기(梵網經菩薩戒本私記)의 효순(孝順) 개념 연구'가, 우동필(전남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수료) 박사의 '《MN9경》과 《중아함 29경》에 나타난 무명과 누의 해석 문제'가, 윤영호(동국대 불교학부 강사) 교수의 '불교 시지각설에 대한 인지과학적 해석'의 3편이 각각 선정됐다. 

-공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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