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과 발굴조사단인 서울문화유산연구원(원장 김일규)은 21일 오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도봉서원터(서울시기념물 제28호)에서 발견된 불교용구 강저‧향로‧발우 등 보물급 고려시대 불교 유물 66건 77점을 공개했다.

도봉서원은 1573년 조광조(1482~1519년)를 추존하기 위해 옛 영국사(寧國寺) 터에 창건됐다. 임진왜란으로 전소했다가 1608년 중건 후 1871년 서원철폐령으로 헐어내기까지 260여 년간 유지됐고, 1903년 지방 유림이 제단을 복원하고 1970년에 사우(祠宇)를 복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우(祠宇): 선조(先祖) 또는 선현의 신주(神主)나 영정(影幀)을 모셔 두고 연 수차에 걸쳐 제향을 행하는 장소다.

연구원은 지난 2012년 5~9월 도봉구청이 수립한 복원정비계획에 따라 유적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발굴조사를 시행했다.

발굴조사 결과, 도봉서원터 중심을 이루는 제5호 건물터(12.63m*12.74m)가 원래는 영국사 중심 건축물인 금당 혹은 대웅전을 그대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도봉서원터 아래에서는 영국사 창건 당시 제의 행위와 관련해 기단부에 묻은 것으로 보이는 불교용구도 확인됐다.

이번에 도봉서원터에서 출토된 불교용구는 77점이다. 출토 유물은 △금동제 금강저(金剛杵)와 금강령(金剛鈴) △청동제 뚜껑항아리(有蓋壺)와 뚜껑합(有蓋盒) △현향로(懸香爐), 부형대향로(釜形大香爐), 수각향로(獸脚香爐) 등 다양한 형태의 향로 △세숫대야형 용구 △향을 피우는 향완(香埦) △굽 달린 사발 △발우(鉢盂), 대접, 숟가락 등 다양하다. 

▲ 금동제 금강저와 금강령

금강저(金剛杵): 불교의식에 사용하는 불구. 제석(帝釋)의 번개에 붙였던 이름이었으나 점차 여러 신 또는 역사(力士)의 무기를 지칭하게 됨. 불교의식에서는 마음의 번뇌를 분쇄하는 보리심(菩提心)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님
금강령(金剛鈴): 금강저의 한쪽 끝에 달린 방울, 금강저와 함께 불구로 사용됨

금강령에는 오대명왕상(五大明王像)과 사천왕상(四天王像)이 함께 배치돼 있다. 이러한 문양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연구원은 “이번에 출토된 금강령은 그동안의 금강령 가운데 가장 정교하고 뛰어난 수작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독특한 형태의 물고기형 탁설(흔들면 소리가 나도록 방울 안에 매다는 것)도 발견됐다. 현향로와 뚜껑합(유개합)에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 금강령의 세부모습

연구원은 “도봉서원터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이 지역에서 불교가 매우 번성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화려하고 뛰어났던 고려 시대 금속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공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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