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분원장 회의가 여러 곡절과 사연을 남겨 놓은 가운데 회향됐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지난 7월23일 부산 경남지역 분원장 회의를 시작으로 24일 대구 경북지역 25일 대전 충청 전라 제주지역 30일 서울 경기 강원지역의 분원장 회의를 마쳤다.

이번 분원장 회의는 종단과 대립상황을 불러온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대해 분원장의 의견을 묻기 위해 소집됐다고 한다. 또 종단에서 선학원 임원진의 제적원 제출이 “전체 분원장의 뜻을 담은 것이 아니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대한 의사도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피기 위해 지역별로 나눠 분원장 회의를 열었다는 것이 선학원 측의 설명이다.

이번 분원장 회의에서 결의된 내용은 네 가지다. 첫째,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둘째, 종단은 더 이상 (재)선학원에 간여하지 말라. 셋째, 선학원 이사회의 결의를 전폭 지지한다. 넷째, 정화의 이념을 존중하라다. 이러한 결의 내용에 동참한 분원장은 30일 오후 4시 현재 14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지역에선 참석자 33명 가운데 32명이, 대구지역에서 참석자 33명 전원이, 대전에선 참석자 19명 전원이 결의문에 서명했다고 한다.

또 서울지역에선 수덕사와 종단이 입구를 막고 시위를 함에 따라 미리 개별방문을 통한 서명으로 29~30 양일간 64명의 분원장이 재단 사무처를 방문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학원은 동참의사를 밝히고 있는 분원장이 계속 나오고 있어 결의문 서명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선학원 임원진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종단에서는 지난 6월 30일 선학원 임원진이 제적원을 제출하자 ‘탈종을 통한 사유화 기도’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번 분원장 회의를 통해 1명을 제외한 전원 참석자가 결의문에 서명함으로써 재단 이사회와 뜻을 함께 했다. 특히 선학원 임원진이 가는 길에 조건없이 따르겠다는 의지 표명이 잇따라 종단이 주장하는 내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분원장 회의를 지켜보며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게 선학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덕사 문중인 중앙종회의원 정범스님과 총무원 호법부 관계자, 재가 종무원, 특정 언론 지역 지사장 등이 결합해 분원장 회의마다 쫓아다니며 행사를 방해하고 소란을 피운 것은 상식의 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이사장 법진스님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교구본사주지회의에 가서 피켓시위를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내부의 일에 외부 인사가 예의와 절차를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들어와 회의를 방해한 행위에 대한 따끔한 충고로 여겨진다.

특히 수덕사 측에서는 대전 지역 분원장 회의 때 사미 사미니 등 예비승려를 동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서울 분원장 회의엔 결제 중인 선방 수좌들을 동원했다는 제보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정말로 그렇다면 개탄스럽고 한심한 일이며 무엇보다 수덕사 지도부가 공개참회해야 할 일이다.

이는 특정 인사들의 잘못된 대응과 욕심이 빚어내고 있는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어찌 기성승려들의 정치판에 예비승려를 동원할 수 있으며 결제 중에 있는 선방 수좌들을 산문 밖으로 당연스레 동원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책임이 결코 작지 않다. 만일 이번 선학원 서울 분원장 회의에 수좌들의 동원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은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더욱이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지역사회에 쌓아 온 신뢰와 좋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준 점이다. 이에 대해선 누군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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