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디자인 하고 있는 문신 문양을 보여주는 강인녕 작가.

“일본불교 문양이 많은 타투계에 고려불화의 맥을 이은 한국전통불화를 뿌리내리고 싶어요.”

불교미술과 타투(문신)의 만남.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분야의 결합이 강인녕 작가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다. 강 작가는 고려불화를 전공한 불교미술작가다. 그런 그가 금기시 되거나 천시되던 경향에서 조금씩 양지로 나오고 있는 타투에 한국 전통 불교문양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불교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선배 때문이었다.

“사실 미술 경매, 학예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관련 과에 가려고 입시 준비를 시작했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데 그때 관심이 간 테마가 바로 ‘윤회’였습니다. 하루는 같은 미술학원 출신 선배가 졸업전시도록을 가져왔어요. 동국대학교 불교미술학과의 것이었는데, 보는 순간 매료됐죠.”

사실 동국대 불교미술학과에 진학할 때만 해도 불교미술을 계속 그릴 생각은 없었다. 졸업하면 큐레이터를 하거나, 한국미술사를 공부하려고 했다.

그런데 진득하니 앉아서 오랜 시간 작업해야 결과물을 볼 수 있는 불교미술의 매력은 강 작가와 잘 맞았다. 1학기에 1점 내지 2점 밖에 그릴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품의 연속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재밌었다.

할머니가 불자였을 뿐 불교적인 분위기는 그리 없는 집안에서 자란 강 작가에게 불교미술은 매력적인 테마이자 화두가 됐다.

“정통 불교미술은 여자 혼자 하기 힘들어요. 제 주변에도 부부가 하시는 분들이 많죠. 탱화 작업이 많으니까요. 저는 혼자해야 하니까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불교미술을 공유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 강인녕 작가는 앞으로 불교미술가로서, 타투이스트로서 서로가 시너지를 내는 작업을 보여줄 계획이다.
강 작가의 고민은 졸업작품을 하다가 휴학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여기 저기 전시도 보고 마음을 달래다가 평소 관심이 많았던 타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도제 형식으로 가르치는 곳을 찾아가 타투이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그림을 잘 그리는 분으로 할까, 기술의 완성도가 높은 분으로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제 스승은 사진을 보고 타투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분이세요. 저 역시 불교미술을 옮기는 쪽이니 아주 다르다고 할 수는 없어 보여였거든요.”

불교미술과 타투의 결합을 보다 더 매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강 작가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인체에 타투를 새기는 것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인체가 가진 굴곡은 밑그림에서부터 세심한 관찰을 요구했다.

“제가 디자인 하는 문양은 불교미술의 기법들을 닮아있어요. 선을 그리는 것에서부터 고려불화의 기법이거든요.”

강 작가의 도안은 외국인들에게 더 인기다. 단청의 색을 따와 원색적으로 그린 불교문양은 흔하지 않기에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이다.

스님이 써준 글귀나 만다라 문양, 반야심경 글자를 가져와서 옮겨달라는 이들도 많다.

“몸에 새긴 타투도 삶의 역사”라는 강 작가는 “타투가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더 느낀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40~50대 남성들이 자신에게 의미있는 글귀를 몸에 새기는 것에 큰 흥미를 보이며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강 작가는 요즘 고객의 의뢰로 등에 새길 관세음보살 문양 스케치 작업에 여념이 없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작업이기에 스케치에서부터 보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된다는 것이다.

미래를 향하는 강 작가의 포부도 당차다.

“관세음보살 같은 불교도안들은 사실 일본불교에서 온 것들이 많아요. 저는 앞으로 고려불화에서 볼 수 있는 우리 불상들을 도안으로 사용하면서 왜색불교를 걷어내고 싶어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노력하는 강 작가의 행보가 아름답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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