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전통 불복장의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대한불교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보존회(회장 무관스님)은 9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전통 불복장의식 및 점안의식 시연회를 개최했다.
복장의식이란 부처님을 모시기 전 불상 내부에 오보병, 사리함이 들어있는 후령통과 오방경, 연기문, 다라니 등을 봉안하는 의식을 말한다.
1부 복장의식 시연회는 도량결계 및 오방단 설단부터 시작됐다. 도량결계는 복장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법당 내부를 오색실과 신묘장구대다라니, 항마진언으로 결계를 해 정갈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방단은 각각 동방 녹색, 남방 적색, 서방 백색, 북방 남색, 중방 황색으로 꾸민다.
두 번째 단계는 청중제회다. 모든 청중이 불사를 증명하는 삼화상을 청하고, 도량을 옹호하는 신중작법을 행한다. 이어 상단을 향해 증명창불을 하며 의식의 시작을 고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일주문에서부터 사역 내의 세 군데에서 생반삼분을 진행한다. 도량신을 청해 도량을 청정하게 하기 위함이다.
복장의식의 핵심인 후령통 조성이 그 다음 단계이다. 후령통 조성은 준비한 물목을 모두 담아 오보병을 제작하고 ‘오륜종자-진심종자-입실지-출실지-준제구자-하면원경-오보병-사리함-무공심주-팔엽-상면원경’을 후령통에 차례대로 넣는다. 준비된 후령통은 오방경, 연기문과 각종 다라니와 함께 황초폭자에 안치한다.
복장에 들어가는 물목은 오보병, 오곡, 오보, 오약, 오향, 오황, 오개자, 오채번, 오색사, 오시화, 오보리수엽, 오길상초, 오산개, 오금강저이다.
복장 물목이 준비되면 마지막으로 조성된 후령통을 단에 올려놓고 부동존진언을 마친 뒤 단상 위에 안치해 ‘알가공양’을 한다. 복장의식은 불상의 배꼽 가운데에 조성한 후령통을 안치하고 불상 내부에 각종 경전과 다라니 등을 모신 뒤 마무리한다.
2부 점안의식 시연회는 법당 및 성상결계를 치는 것으로 시작됐다. 법당 밖에 오척의 간대를 세워 오색천으로 장엄하고 오색실을 묶어 법당 단상 위에 모신 성상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 오색실은 성상의 오른쪽 귀 뒤에서 시작해 왼쪽 손과 오른쪽 손을 거쳐 걸어 결계를 한다. 그 후 증명법사 단상 위에서 천원과 팔엽대홍련도, 금강저를 결계하고 증명법사 단상 위의 쇄수기에 이르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이 결계는 부처님이 도솔천에서 오색실을 타고 내려와 강림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계가 마무리 되면 점안의식에 이어 점필법으로 점안을 마무리 하고 부처님을 법당 안에 봉안한다.
이날의 시연은 대한불교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보존회 소속 무관스님, 성오스님, 도성스님, 경암스님이 직접 불복장에서부터 점안의식까지 선보였다.
시연에 앞서 무관스님은 “부처님의 공덕과 지혜를 불어넣는 복장ㆍ점안의식은 오래된 전통으로 《조상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성상소화복장의’ 기준에 맞춰 복장 물목을 준비하고 시연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식이 어지러워지고 간략화되는 추세가 우려가 돼 보존회를 설립해 비밀리 전수되는 의식을 공개시행함으로써 많은 분들이 불상에 대한 이해와 복장의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문화부장 혜일스님이 대독한 치사에서 “이번 시연으로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이 불교무형유산이자 한국 전통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더 좋은 성과를 도출해내길 바란다” 밝혔다.
김리나 명예교수(홍익대)는 “수백 년 동안 비밀리에 전해왔던 불복장 보존의식을 공개한 이유는 부처님 진신에 대한 의식이자 다른 어떤 의식보다 신성하기 때문에 그 진정한 의미와 상징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리”라며 “보존회를 설립하고 시연회를 준비한 네 분 스님께 감사를 하며 앞으로 많은 연구와 발전을 기대한다”고 축사했다.
대한불교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보존회는 오는 10월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이 지닌 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알리는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