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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서
2014년 06월 12일 (목) 09:59:46 한북스님 .

지난 토요일, 진도에 갔다. 보도를 통해 향적사 법일스님과 쌍계사 진현스님의 활동 소식을 접하면서도 한달음에 달려가지 못했고, “진도 팽목항에서 하루씩이라도 릴레이 기도를 해주실 스님을 청합니다”라는 미황사 금강스님이 보낸 문자를 받고도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다. 세월호 관련 글을 두 편 썼으면서도 얼굴조차 내밀지 못한 것이 죄책감이 되어 내내 내 가슴을 짓눌렀다.

   

진도체육관 바깥에 마련된 천막 법당에는 손바닥 절반만한 메모지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사랑하는 강쥐야! 춥고 어두운 곳에서 얼마나 떨고 있을까? 내 강쥐야! 더 늦기 전에 엄마 품으로 돌아와 주렴. 사랑한다 내 새끼 이보미. 엄마가 영원히 사랑해...”, “우리 막내 지현이! 너무너무 보고 싶다... 어서 돌아와!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어. 사랑해 언니가. 우리 지현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라는 유가족의 절절한 사연부터 “이런 세상에서 힘이 되어 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는 자성의 고백까지 수백 장이 매달려 하늘거렸다.

비구니 스님은 법당을, 보살님들은 휴게공간을 지켰고, 2005년 당시 9살 아들을 속수무책으로 보내야만 했던 국회 정각회 간사 임수경 의원도 미황사에서 오가며 날마다 실종자 가족들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었다.

쿠시나가르처럼 착 가라앉은 팽목항은 슬픔이 깊은 호수처럼 고여 넘실거리고 있었다. 순례객들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저마다의 사연이 깃든 물건들과 무심한 바다를 응시할 뿐 어느 누구도 적막을 깨뜨리지 않았다. 이 슬픔의 바다 위로 허공 가득 애잔한 목탁소리만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짙붉은 등대로 향하는 방파제 양쪽 난간에는 노란리본들이 바람을 타고 있었다. 티벳인들이 룽다(Lungda, 風馬)와 타루초(Tharchog, 經文旗)에 불경이나 기도문을 새겨 바람길에 내거는 이유가 바람을 타고 세상 곳곳으로 퍼져 모든 중생들을 해탈케 하고 저마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했던가. 유가족과 친구들이 쓴 리본의 사연들도 바람을 타고 하늘나라까지 가 닿기를! 희생자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바람으로라도 만나게.

한북스님/편집인,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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