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정신적 충격이 크다. 희생자 및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많은 관련자들이 참사에 따른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정신공황장애, 즉 트라우마(trauma ; 정신외상)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낮에 눈을 뜨고 어린 생명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으니 그 고통과 충격이 오죽하랴.

따라서 마음을 추스르는 국민적인 협조와 관심이 필요한 때다. 마음을 제대로 다잡지 못하면 더 큰 절망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교의 마음이라고 하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은 네 가지의 한량없는 마음이다. 이는 네 가지의 범행(梵行), 즉 훌륭한 행동이라는 말로도 번역된다. 그 네 가지란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이다.

불교는 자비를 실현하는 종교이다. 첫 번째, 자(慈)란 남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일이다. 반면에 비(悲)란 다른 이웃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다. 자비는 결코 물질적인 베풂만이 아니라 부드러운 말, 웃는 얼굴, 아름다운 생각으로도 베풀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비(悲)는 상대방의 고통을 제거해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동체대비(同體大悲)를 바탕으로 하는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세 번째, 희(喜)는 이웃의 기쁨과 잘한 일을 진정으로 기뻐하고 칭찬해주는 마음이다. 인간의 속성을 빗대 ‘자신의 허물은 노름꾼의 패처럼 감추고, 남의 허물은 키질을 한다’는 말이 있다. 남의 잘못을 감싸 안고, 남의 훌륭한 일은 격려해야 한다.

네 번째, 사(捨)는 놓고 버림으로써 평안한 마음을 가지란 뜻이다. 지식은 얻고자 하는 마음이고, 지혜는 들어내는 마음이다. 《금강경》의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과 같은 사상(四相)에 사로잡혀 있는 전도된 번뇌 망상을 버리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마음의 평정을 되찾아야 극복될 수 있다. 평상심을 잃고 아파하는 많은 이웃들을 위하여 사무량의 마음이 필요하다.

법진스님/본지 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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