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잔 브람스님.
“조금 급진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위령재를 하면서 용서의식을 가지는 게 어떨까요? 우리는 이런 실수가 일어났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할지 모릅니다. 다만 자비와 용서로 진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호주사람을 대표해, 불교도들을 대신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고통 받는 모든 이에게 심심한 유감을 전한다”고 서두를 연 아잔 브람스님이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한 목적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말했다.

“뭔가 잘못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탓하려고 합니다. 절대 우리 스스로는 탓하지 않아요. 정부를 탓하고 선장을 탓하고. 그런데 한국 국민이 선거를 통해 뽑은 정부잖습니까? 그 정부도 완벽하지는 않아요. 그들도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제가 많은 지도자를 만났는데 모두 선의를 가지고 있어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실패나 실수를 합니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세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까? 이 사건은 모두에게 비극입니다.”

남 탓을 하며 분노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애도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아잔 브람스님은 분명히 하면서 남아공에서 있었던 위대한 용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아공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진실과 화해위원회서 어떤 여성이 자신의 남편이 정치적 견해가 달라 고문당하고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여성이 막고 있던 가림 판을 뛰어넘어 남편을 고문하고 살해한 남자한테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달려가서 살인자를 때리는 대신 포옹하며 '당신을 용서합니다' 하고 말했어요. 자기 남편을 고문살인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다면 우리가 용서할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요. 용서가 있었기에 치유가 가능해졌습니다. 분노와 복수를 찾는다면, 정의가 아닌 복수를 찾는다면 치유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용서가 있은 후에는 반드시 사고와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배워야합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용서하고 거기서 배워라.’ 이 과정이 불교에서 말하는 성장입니다.”

아잔 브람스님은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불교가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 아잔 브람스님이 마이크를 들고 세월호 피해자 가족의 고통에 대해 비유하고 있다.

“제가 지금 마이크를 들고 있는데, 들고 있을수록 더 무거워집니다. 손에 든 마이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상징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슬픔은 오래 들고 있으면 들고 있을수록 고통이 더 커질 겁니다.”
아잔 브람스님은 “지금 세월호 사고 피해가족의 아픔과 고통은 비슷한 고통을 겪어본 이들만이 이해할 수 있을 큰 고통”이라며 “사고로 떠난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이 기억해주고 슬퍼해주길 바라겠지만 그들이 오래 슬퍼하기 보다는 ‘성공적으로 잘 살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고통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것을 주문했다.

현 국민의 분노는 실수 이후에 생명존중 등 이런 게 없었던 것이 분노를 일으킨 원인인데도 정부를 무조건 용서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도 아잔 브람스님은 용서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만이 아니라 고통 받는 이 모두에게 자비와 동정을 베풀어야 합니다. 정부는 자신을 대변하는 국민의 고통에 대해 연민과 동정을 보여야만 해요. 이것을 못했다면, 실패했다면 우리의 용서를 반드시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부에게 분노만을 표시한다고 정부의 태도가 바뀔까요? 불자로서 지도자로서 우리는 남의 고통을 스스로의 고통인 것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고통 받는 자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야 해요. 그래서 이 손을 붙잡고 어둠 속에서 이끌어 나올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지금 희생자 부모들 자매들이 느끼는 슬픔 고통은 가슴에 깊숙히 박힌 날카로운 칼과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암을 고치는 의사와 같아서 이런 고통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이런 비극에도 불구하고 계속 삶을 살아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치유하고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고통을 끝내기 위한 불교의 메시지입니다. 정부가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우리가 용서를 하는 것은 더욱 더 아름다운 보살행이자 자비행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불교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분노는 번뇌와 같다는 말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에 대한 치유법을 말했다.

“분노는 번뇌요, 용서는 불교의 자비입니다. 부처님이 얼마나 여러 번 수없이 살인까지 저지른 이들을 용서해주셨습니까? 제가 젊은 나이였을 때 한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았는데요. 불자들은 결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쩌면 불교의 자비가 현대 세상이 가진 유일한 희망이 아닐까요? 이게 없다면 자식들에게 물려줄 희망이 뭐가 있을까요?”

한편, 아잔 브람스님은 22~25일 동국대 만해마을에서 진행되는 집중수행에 대해서는 “재가자를 위한 집중수련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명상수련을 통해 평화와 행복감을 느끼고 부처님 가르침을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그 효과를 강조했다.

28일 오후 5시에는 동국대 중강당에서 강연을 가질 예정이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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