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왼쪽)과 지장보살을 모신 고창 선운산 도솔암 내원궁.

요즘 대한민국은 온통 고통의 바다다. 연초부터 이어진 어이없는 사고 소식은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다. 전 국민이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요즘, 우리 불자들은 어떻게 마음치유에 나서야할까.

합천 해인사 명부전에는 ‘지장보살서원력(地藏菩薩誓願力) 항사중생출고해(恒沙衆生出苦海)’라는 주련이 달려있다. 해인총림 율주 종진스님은 이 주련을 ‘지장보살님 세우신 서원의 힘이여, 갠지강 모래같이 많은 중생 고통에서 구하시고’라고 해석한다.

지옥 중생마저 제도하겠다는 지장보살의 원력은 요즘말로 풀자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나보다 더 편안하게 하겠다”로 볼 수 있다. 이런 원력을 믿고 하는 것이 바로 지장기도이다.

지장기도와 함께 불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기도는 관음기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사찰은 관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관음신앙은 우리에게 가장 뿌리 깊은 신앙이다. 관세음보살은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으로 모든 중생의 소리를 듣고 그들을 구원하는 존재이다.

기도는 내 복을 구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금강선원 선원장 혜거스님은 기도를 할 때 “해주세요”가 아닌 “하겠습니다”로 바꾸라고 말한다. 기도가 자력이 되는 순간, 기복에서 수행이 되는 것이다.

어떤 기도를 하든 중요한 것은 지극정성으로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해서는 효험을 볼 수 없다고 스님들은 이구동성으로 가르친다.

3대 지장기도 도량으로 영험이 알려진 곳은 연천 심원사, 남해 용문사, 고창 선운산 도솔암이다. 심원사는 한국전쟁으로 폐사됐다가 원심원사로 복원된 지장기도 도량이다. 지장보살이 멧돼지로 변신해 사냥꾼 형제를 감화시킨 이야기가 심원사 석대암 창건설화로 전해온다. 당시 발견된 지장보살상은 철원 심원사에 봉안되어 있다.

남해 용문사는 관음성지로 유명한 보리암과 같은 섬에 자리잡고 있다. 명부전에 원효대사가 직접 조성했다는 지장보살상이 모셔져 있어 지장기도 도량의 위상을 드러낸다. 도솔암 내원궁은 보물 제280호 지장보살좌상을 모시고 있어 더 유명한 도량이다.

3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곳은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다. 양양 낙산사는 동해바다를 굽어보는 해수관음의 영험함이 널리 알려져있는데 풍광 또한 아름다워 낙산사 일원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95호로, 의상대와 홍련암은 명승 제27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남해 보리암 역시 해수관음 성지다. 경내에는 태조 이성계의 기도처와 함께 원효대사가 좌선했다는 좌선대와 《화엄경》을 읽었다는 화엄봉을 만날 수 있다.

강화 보문사는 해명골에서 관세음보살의 진신인 처녀를 부인으로 삼았던 회정스님이 보덕굴에 오신 관세음보살에게 기도해 삼매를 성취했다는 창건설화가 전해진다.

간절한 기도 그리고 자연과 사찰이 주는 치유. 기도도량으로 아픈 마음을 치유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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