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의 아픔이 곧 내 아픔 입니다

존경하는 불자와 국민여러분!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지혜와 복덕을 다 갖추고 있음을 부처님께서 선언하신 날입니다. 모든 생명의 대자유와 대열반을 선언한 날입니다.

부처님 오심으로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한 뿌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웃의 아픔은 곧 내 아픔이고, 내가 평화롭기 위해서는 이웃을 평화롭게 해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존중 받기 위해서는 남을 먼저 존중해야 하고, 내 가족이 보호 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남의 울타리가 되어야 합니다. 아픔을 나누면 가벼워지고 행복을 나누면 두 배가 됩니다. 내 얼굴인 이웃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합니다. 어떤 큰 아픔도 이겨내도록 이웃의 손을 함께 잡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부러워 할 만큼 짧은 시간에 부와 번영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성실한 국민들 덕분입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하고 쉼 없이 달려 왔습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부강한 나라를 세웠으며, 이제는 문화적으로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돈이나 명예가 없으면 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도 지키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습니다. 물질이나 권력 앞에 생명의 가치는 땅에 떨어진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윗 사람과 아랫사람이 소통하기 쉬운 나라, 이웃과 이웃이 소통하기 쉬운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의견과 사상이 서로 다르더라도 잘 살고자 하는 다양성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아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른을 공경하는 나라, 모든 아이들이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키우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불자와 국민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며, 기본 상식을 지키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공업입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뼈아픈 통찰과 참회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소통과 화합, 지혜와 힘을 모아 안전한 사회, 상식과 양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그 맨 앞에 사회 각계 지도자들의 헌신과 봉사가 우선할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종교인으로서 그 길에 함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더불어 갑작스러운 여객선 사고로 길을 잃은 희생자들이 밝은 빛을 향하여 나아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소중한 아이들을 잃은 가족 분들의 아픔을 함께하면서 더디더라도 기운을 내시고 슬픔을 이겨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바람과 햇볕이 원만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오늘,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축원합니다.

불기 2558(2014)년 부처님오신날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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