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회경 국악관연악단 오느름 단장.

중요무형문화재 122호 연등회가 회향했다. 진도 해상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애꿎은 어린 생명들이 처참하게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가족은 불의에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며 울부짖고, 통곡은 한반도를 휘감았다. ‘축제’ 연등회는 추모의 장으로 전환했다. 국민적 아픔에 징과 꽹과리 치며 화려한 장엄물을 앞세워 축제 마당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연등법회는 추모법회장으로, 대형 장엄물을 최소화한 연등행렬은 엄숙하고 차분하게 진행됐고, 대동한마당인 회향한마당은 회심곡 가락에 눈시울 붉힌 국민 기원의 장으로 끝마쳤다. 축제 연등회는 ‘추모’에 방점을 찍고 조용히 회향했다.

연등회는 축제다. 국민이, 세계인이 찾는 즐거운 축제마당이다. 세호 사건에 올해 연등회는 ‘축제’는 빼고 ‘추모’는 더했다. 이제 내년 연등회를 고민할 때다. 연등회 준비는 연중 계속된다. 올해 연등회를 평가해야 내년 연등회를 준비한다. 연등회보존회와 사무국이 상시 운영되는 이유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김회경 오느름국악관현악단 단장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줄곧 연등회 등 각종 불교행사에서 음악을 도맡아 지휘했다. 오느름국악관현악단은 1991년 7월 창작음악과 실내불교음악 대중화를 목표로 창단됐다. 조계종 등 불교 종단의 주요행사는 물론 월하·서옹·관응 스님 등의 영결식, 종정 추대식 연주도 맡았다. 폐사지 투어 콘서트는 우리 불교음악을 문화적 측면에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도 받았다.

김회경은 연등회를 어떻게 볼까. 연등회는 물론 불교계 행사는 불교문화 축제에 일반 축제적 요소까지 더해진 연등회는 불교제례는 물론 종교적 마인드가 있어야 차질 없이 진행된다. 유명 음악단체도 사실 불교행사를 맡기는 어렵다. 예술적 측면에 종교적 측면이 어우러져야 한다. 불교적 정서와 교리에 음악적 요소를 꿰뚫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등회는 축제, 연희 성격 더 확장해야”

연등회는 ‘관등놀이’로 연희적 측면이 강하다. 연등회는 고려시대 팔관회와 함께 성행한 대표적인 국가주도형 불교행사에 민중의 참여로 열렸다. 연등회 시원은 통일신라 경문왕 때로 올라가지만 고려시대에 와서 국가주도의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잡았다. 대게 1, 2월에 등불을 밝히고 다과를 베풀면서 음악과 춤으로 부처님 탄신을 축하하고 국가와 왕실의 태평을 염원한 전국적 불교행사였다. 팔관회가 토속산신을 위한 풍수지리설과 관련이 있지만 연등회는 순수 불교행사로 봄철에 전국에서 열렸다. 신라시대의 ‘간등(看燈)’, 고려시대의 연등회, 조선시대의 호기놀이와 관등놀이를 거쳐 근대에는 종로네거리에 등시(燈市) 가 섰다는 기록도 나온다. <고려사>에는 “신도 최이가 연등회를 하면서 채붕를 가설해 기악과 온갖 잡희를 연출해 연희를 장엄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연등회는 국가와 사찰, 그리고 민간이라는 3원적 주체에 의해 행해졌습니다. 앞으로 연등회는 불교에만 의존하지 말고 민족문화적 관점에서 관심의 폭을 확장해야 합니다.”

연등회는 서울 조계사와 종로 일대에서 열린다. 수도권 중심의 행사로 되어 있지만, 지역별 봉축위원회가 독자적인 ‘연등축제’를 연다. 연등회는 서울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부산봉축위원회가 중요무형문화재 122호 연등회와 연계한 부산 연등회를 고민하고 있다. 연등회를 전국적 행사로 확장하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김회경은 ‘지역별 특색’을 강조했다.

“수도권 중심의 연등회에 그치지 말고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놀이와 연희형태, 장엄물 등이 연구되어야 합니다. 취타와 밴드, 사자춤과 풍물, 비나리 등 다채로운 길놀이를 통해 참가자와 구경꾼이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함께하는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장엄물은 차량까지 이용해 발전했지만 <고려사>에 체등을 설치했다는 내용을 고증해 장엄물도 불교적인 특색을 더욱 드러내야 합니다. 또 각 지역의 유·무형 문화재를 연등회로 끌어들여 지역특색을 더욱 가미해 참가자와 구경꾼들의 참여를 늘여야 합니다.”

김회경은 불교음악과 춤, 장엄물만으로는 연등회가 국민적 축제로,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는 대중음악도 연등회에 끌어 들이고, 각 지역특색이 강한 놀이문화를 연등회에 합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등행렬 길놀이에 전통놀이·우리 시대 대표 문화 가미”

“연등행렬 중간에 만리동패 같은 산타령 패를 길놀이 중간에 둘 수도 있습니다. 소고를 치면서 떼창을 불러 대중의 참여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동안 취타대와 행진곡 등으로만 연등행렬이 이동하는 데 이로서는 대중 참여를 더 늘이기 어렵다고 봅니다. 음악을 꼭 회향한마당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연등행렬 길놀이에 음악적 측면과 놀이적 측면을 늘여야 합니다. 연등행렬 중간에 밴드와 현대적인 댄스도 가능해야 합니다. 연등회는 시대상을 반영해야 합니다. 전통만 내세워서는 곤란하지요.”

김회경은 불자음악인이다. 연등회에 음악적 요소가 언제나 아쉽다. 새로운 음악이 나오질 않는다. 이종만 씨가 대표인 풍경소리가 연등회 음악을 내놓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연등회는 회향한마당 이외에 음악을 가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물놀이에 몇 곡의 연등회 음악을 틀어대죠. 연등호 보존회에 연등회 음악만 제작 연구할 위원회를 구성해 장기적인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일본 아오모리 마츠리만 보아도 연등회보다 볼거리가 없지만 우리 보다 잘 알려져 있지요, 팔관회 등 역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원을 고증하고 복원해야 합니다. 민족음악, 우리 전통음악이 새로운 연등회 음원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불교음악과 국악은 서로 영향을 줘 둘로 나누기 어렵습니다. 범패에서는 화청이라 하지만 현대에서는 회심곡이라 하죠, 국악을 연구하면 불교음악이 보일 겁니다.”

연등회에서 축제적 요소가 잘 드러나는 행사가 회향한마당이다. 예전에는 대동한마당이라고 했다. 회향한마당의 대표적 음악이 강강수월래와 돈돌라리다. 이 두곡에 맞춰 대중들이 꽃비 속에 춤을 추며 하나가 된다. 강강수월래는 남쪽을 대표하고 돈돌라리는 북쪽을 대표하는 놀이 음악이다.

“이북에는 돈돌라리, 이남에는 강강수월래가 있습니다. 회향한마당에서 연주되는 대표적 음악이죠. 남과 북을 통합하는 의미가 이 음악에서 나타납니다. 또 공연하는 측과 듣고 보는 측이 나눠지지 않고 어우러지는 만남의 장을 이 두 음악이 맡고 있습니다. 바로 연등회가 축제인 이유가 여기서 크게 드러납니다. 관람만 있다면 연등회는 축제가 아닙니다. 돈돌라리와 강강수월래, 달래놀이처럼 노동요 형태의 음악을 연등회 무대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축제다운 축제가 될 겁니다.”

“강강수월래·돈돌라리 만남은 국민통합의 놀이 마당”

돈돌라리는 함경남도 무형문화재 1호다. 남측의 대표적 축제인 연등회에 북측의 대표문화재가 중심곡으로 쓰인다. 돈돌라리는 함경남도 신포시와 북청군 일대와 영강도 일부 지역에서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에 열리던 가무악형태의 연희놀이다. 19세기 중엽부터 뚜렷한 놀이로 전파됐고, 처음에는 여성들만의 놀이였지만 1900년대부터 남성도 함께하게 됐다. 돈돌라리가 활발히 전승된 곳은 신포시와 북청군이다.

“북청군에서는 각 마을의 여성들이 남대천 강가나 모래산에 모여 달래를 캐다가 오후 무렵 충을 추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놀이를 달래놀이라 했고, 이때 추는 춤을 달래춤이라 했습니다. 달래놀이가 자중에 돈돌라리로 변형됐죠.”

돈돌라리 반주는 피리나 퉁소, 바가지 북 징 등 타악기를 쓰고, 20여 가지의 노래가 번갈아 불겨진다. 돈돌라리·봄철나비·해가 떨어진다.·거스러미 노래·미나리꽃·삼천리노래·양유나 청산·전갑섬타령·도래미소·라리라돈돌리띠리 홀리리·예언요·경계요·부요·유희요 등이다.

“돈돌라리 음악의 선율은 간원도 민요와 가락이 비슷합니다. 강원도 민요가 느리고 애절한 데 비해 함경도 민요는 빠르면서 애절하고 거세죠. 메나리조와 비슷하지만 음조직과 장식음의 처리가 좀 다릅니다. 창가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장단은 전체적으로 흥겨운 자진모리 장단이 사용되지요. ‘돈돌’은 회전을 의미하고, 동틀 때 여명이라는 뜻도 내포합니다. 때문에 일제강점기에는 해방을 염원하며 항일의 성역을 띤 민요로 부각됐습니다. 연등회에서 돈돌라리와 강강수월래가 불리는 것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고 남북이 하나되는, 또 국민이 통합되고 참가자와 구경꾼이 어울리는 화합된 세상을 염원하는 마당을 만든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김회경은 연등회 연등행렬에 길놀이 성격이 더욱 가미되길 바랐다. 같은 음악만 반복되는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그 속에서 또 하나의 놀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회향한마당은 불교음악과 국악, 대중음악, 길놀이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사찰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행사도 마찬가지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종각네거리까지 오는 동안 연등행렬에 음악이 거의 없습니다. 같은 음악이 반복해 나오는 것은 곤란합니다. 꼭 불교음악이 아니어도 전통국악을 가미한 음악을 새롭게 만들어 길놀이 음악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사찰에서 열리는 각종 음악행사도 마찬가지다. 김회경은 전통음악과 불교음악을 정책적으로 사찰음악회 등에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사음악회에 출연하는 음악인들에게 자신의 곡만 부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3곡을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 1곡은 불교음악이나 전통음악을 부르도록 섭외 때부터 정책적으로 못 박아야 합니다. 소녀시대가 히트곡을 부른 후에 찬불가를 부른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음악을 하건 정책적으로는 불교적 소재 콘텐츠를 한 곡은 부르도록 해야 절집 음악회의 의미가 더해질 겁니다.”

-공동취재단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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