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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스님은 민족이 하나 됨을 꿈꿨다”
[봉축 인터뷰] 뮤지컬 플레이북 삼국유사 펴낸 장창호 극작가
“백성이 중심인 ‘삼국유사’…국민이 주인, 민초가 나라 지켰다”
2014년 05월 05일 (월) 19:37:08 공동취재단 buddhismjournal@daum.net
   
▲ 장창호 극작가 삼국유사 뮤지컬 대본 작가.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국가적 재난이다. 세월호 침몰원인은 좀 더 시간이 흘러야 명확해 지겠지만, 침몰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정부와 관계기관, 세월호 선장 등 모두가 생명을 살리는 데 힘을 집중하지 못했다.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 승객을 놔두고 탈출했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정부는 사고 후속조치에 허둥대며 가족들의 뼈아픈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교육부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체육관에서 팔걸이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고, 안행부장관을 수행한 국장급 공무원은 실종자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자고 했다. 이 나라 고위 공직자들의 무감각에 국민들은 화가 치밀었다. 국민은 국가와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고위 공무원이 사고 현장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이 민간 구조대원들은 목숨을 걸로 해류와 싸우며 실종자를 수색했다. 국민이 아픈 때에도 지도자는 없었다. 지도력이 빛을 잃은 사이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실종자 생환을 기도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극작가이자 연출가 장창호((55)는 <삼국유사>와 이 책을 지은 일연 스님에게서 ‘국민과 지도자가 하나되는 세상’을 읽었다.

일연 스님은 국가와 민족애 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의 《중편조동오위(重編曹洞五位)》는 중국 선종의 ‘조동오위설’에 주를 더해 국가와 민족의식의 발로에서 해석하고 군신의 묘합(妙合)으로 이해했다.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에 ‘신이(神異)’ 등을 강조해 몽고에 억눌린 한민족의 자존심을 일깨웠고, 《중편조동오위》를 통해 군신의 단합과 국민정신의 단합 등을 강조했다.

조동오위설은 중국의 동산양개(洞山良介)가 제창한 편정오위설(偏正五位說)을 말한다. 정중편(正中偏)·편중정(偏中正)·정중래(正中來)·편중지(偏中至)·겸중도(兼中到) 등의 오위(五位)에 조산본적(曹山本寂)이 주(注)를 가함으로써 조동종의 중심사상이 되었다.

일연은 이 오위설의 편정(偏正)에 각각 군신(君臣)을 대비시켜 군신오위설(君臣五位說)로 설명하고 있다. 또 조동선의 극치를 제5 겸대위(兼帶位)라고 보았는데, 이것은 바로 ‘군·신·도합(道合)의 경지’를 나타낸다고 해석했다.

“어둠과 밝음이 하나되는, 민족이 하나되는 세상”

일연 스님의 법명은 견명(見明), 일연(一然)은 자(字), 초자는 회연(晦然)이다. 장창호는 일연 스님의 법명에서 스님의 큰 뜻을 읽었다. 견명(見明)은 ‘밝음을 본다’는 뜻이고, 일연(一然)은 ‘하나’, 회연(晦然)은 ‘어둠’을 뜻한다.

장창호는 일연 스님이 어둠과 밝음, 민(民)과 군(君)이 하나되는, 민족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바랐다고 보았다.

“일연 스님은 44세에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55세에는 강화도 선원사에서 《중편조동오위》를 편찬하고 가르치면서, 임금과 신하와 백성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민족의식을 고취했습니다. 《삼국유사》에 고조선 편을 맨 앞머리에 둔 것도 그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며, 우리에게도 지나(고려 당시의 중국을 지칭)에 못지않은 신이(神異)하고도 자랑스러운 역사와 정신문화가 있다는 것을 삼국유사 전편을 통해 담아낸 것입니다.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의 민족의식 고취와 혼란기에 만백성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을 당신의 법명에서 상징하듯, 밝고 어두움이 한데 뭉쳐지게끔 필생의 작업으로 편찬한 것입니다.”

《삼국유사》는 모두 138(條)로 구성돼 있다. 장창호는 《삼국유사》에는 없는 상고사(上古史) 3(條)를 더해 모두 141조의 뮤지컬 플레이북(극본) 《장창호 삼국유사》를 7년여의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했다.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이 대학생이 되는 동안 장창호는 《삼국유사》 전편을 뮤지컬 대본으로 만들었다.

뮤지컬 플레이북(극본) 《장창호 삼국유사》는 ‘세상에서 가장 긴 뮤지컬 극본집’이다. 《삼국유사》의 일부 대목과 이야기를 소재로 발표된 작품을 그동안 있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 하지만 《삼국유사》 전편을 고스란히 극본집으로 낸 것은 처음이고, 또 세상에서 가장 긴 극본집으로 기록되게 됐다.

“오늘의 허공에서 옛 자취가 묻어났다”

울산에서 태어나 자란 장창호는 서울 대형 극단의 감독으로도 일했다. 극단이 해체되고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극장을 차리고 작가와 연출까지 맡아 일했다. 배우 11명에게 월급을 주면서 극단을 운영했다. 100석의 극장에 1년 동안 6만 명까지 들어왔다. 그렇게 7년 여를 운영하던 그는 《삼국유사》 전체를 극본으로 쓰겠다고 발원하고 극단을 후배에게 넘겼다.

장창호는 《장창호 삼국유사》를 7년 동안 썼다. 7년간 2, 3일을 빼고는 매일 대본을 썼다. 그리스·로마 신화나 서양의 대서사시는 누구나 알지만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의 고대 역사와 대서사시는 깜깜하다.

“‘《삼국유사》그거 순 가짠데요’라는 어느 고고학자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삼국유사》는 우리나라의 국보이자 보물이잖아요. 우리의 독보적인 정신 문화사마저 가짜로 내모는 현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친일과 사대주의 사학자들과 그의 후학들이 우리 역사를 제 맘대로 쥐락펴락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있는 한 우리 역사는 갈수록 작아질지 모릅니다. 천지창조와 영웅 탄생 신화가 많지만 《삼국유사》에는 알에서 태어난 임금 신화가 있습니다. 우리는 외국 신화를 우리 것보다 잘 알고 흥미롭게 이야기 해온 시절을 살았습니다. 《삼국유사》의 행간을 좇아 우리 민족의 자취를 찾았고, 오늘의 허공에서 옛 자취가 묻어났습니다.”

‘장창호 삼국유사’ 백성을 중심에 세워

뮤지컬 플레이북 《장창호 삼국유사》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나왔다. 전 12권인 《장창호 삼국유사》는 12권이 일시에 나왔다. 한 권 씩 출간하는 것이 몸은 편했지만, 일연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작가적 욕심을 내 전편을 일시에 냈다. 《삼국유사》의 주인공은 신이한 인물과 고승, 군신(君臣)이 주이지만, 《장창호 삼국유사》는 ‘백성’이 전 작품의 중심에 섰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 국민은 울화통이 치밀지만 정부는 국민의 아픔을 달래기는커녕 허둥대는 시절에 장창호는 ‘백성’을 역사의 중심에 세웠다.

“‘백성’을 전 작품의 중심을 잡고 이끌도록 했어요.. 역사는 민중의 삶이 아닌가요. 각 편마다 주인공이 있지만, 주인공이 엮는 서사는 편마다 주제와 내용이 다릅니다. 《삼국유사》의 백성은 과거의 민중이지만 현재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백성이 우리 고대 한국사의 맥을 짚고 현대사에서 중심에 서도록 했습니다. 백성은 무릇 정권은 바뀌어도 끝없이 이어져온 나라의 참주인이니 만큼 극본이나 무대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도록 했습니다.”

《장창호 삼국유사》는 뮤지컬 대본이다. 각 편은 독자적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다. 학교에서 역사를 다루는 단체에서 전문 연극집단에서 가족단위로 공연을 보고 쉽게 역할놀이도 하도록 했다. 고대 우리문화를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플레이북’은 뮤지컬 극본의 원어다. 극본은 짧게 구성했다.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극단·단체서 역할놀이 하도록 쉽게 구성

   
“근래에 텔레비전이나 소설, 영화에서 재미를 위해 역사를 제멋대로 비틀어 보여주는 예가 많아 조심했습니다. 근본이 되는 서사는 기록 그대로를 바탕으로 하고, 알 수 없는 사람, 한 사람, 다른 사람이 나와 역할을 맡을 때마다 그 사실을 관객에게 알리는 서사극적 요소와 필요에 따라 시공간을 뛰어넘는 환상적인 요소를 가미하면서 손쉽게 이해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문화사의 시원과 토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추구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했어요.”

《삼국유사》에는 고승들이 많이 등장한다. 때문에 《장창호 삼국유사》는 ‘신이로운 역사’에 이어 ‘불교를 일으키다’ ‘탑과 불상’ ‘참답게 산 승려’ 등으로 나눠 5권 분량의 극본을 만들었다. 울산 해남사 고등학교 학생회를 다닌 정창호는 신심 깊은 어머니 영향으로 ‘반(半)불자’라고 말한다. 《장창호 삼국유사》를 완간했을 때는 울산 월봉사에 찾아가 부처님께 책을 공양했다. 장창호에게 4명의 스승이 있다. 극작가 손톤 와일드, 부조리극의 개척자이자 현대극의 시조로 꼽히는 사무엘 베케트, 피터 시스, 그리고 일연 스님이다.

《장창호 삼국유사》의 시작은 ‘우리는 누구인가?’이다. 《삼국유사》가 고조선 편을 두어 우리 역사의 지평을 단군까지 넓혔다면, 《장창호 삼국유사》는 그 뿌리를 더 멀리 잡아 상고사까지 우리 역사에 편입하려 했다. 한민족의 징표로 상음 세발까마귀(삼족오)와 봉황을 통해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역사를 흘러 고조선, 북부여, 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고려를 거치고, 피날레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아우르는 뮤지컬 넘버로 끝낸다. ‘부록’으로 <일연> 편을 붙였다. 스님의 공덕을 기리는 뜻이다.

‘우리는 누구인가’에서 일연 스님 공덕까지

“전체를 한 번에 공연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한 편 씩 공연하거나 시리즈로 엮어서 할 경우 공연 대본을 연출자와 협의해 다시 구성하도록 토론 또는 병렬식 구성까지 도입했습니다. 이미 ‘충신 박재상’ 편을 무대에 올렸고, 제3권 중 한 편인 ‘김유신’ 편은 울산광역시가 주최학 장애인연합회가 주관하는 장애인뮤지컬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한창 연습중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시와 소설을 읽듯이 희곡을 읽어주길 바라지요. 《장창호 삼국유사》 전체가 무대에 오르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장창호는 젊은 시절 바다에 빠져 죽을 위험에 처했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경험이 있다. 세월호 침몰에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 희생돼 감정이 남다르다.

“정부만 두고 국민이 떠나야 정신 차릴 것인가”

“저는 스무 살 꽃다운 시절 남해 상주바다에 빠져서 구조되어 산 적이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죽음을 무릅쓰고 구조해준 후배 덕분에 저는 운 좋게 다시 살았습니다. 만약 당시에 세월호가 있어서 그 배를 탔더라면 저는 작가가 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저승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깊은 물살의 굉음을 기억합니다. 온몸을 짓누르던 고통이 외상 후 스트레스가 되어 지금도 익사 뉴스를 보기가 두렵습니다. 격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착하게 숨져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납니다.”

장창호는 바다에 빠져 죽을 고비를 겪은 호된 기억이 《삼국유사》를 다시 쓰도록 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죽음의 공포에서 존재에 대한 의문은 결국 우리 역사에서 뿌리찾기로 이어진 셈이다.

“어쩌면 그날의 호된 기억이 무의식에 자리 잡고서 이 책을 쓰도록 자극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삼국유사는 왕을 중심으로 쓴 역사책이 아닙니다. 왕과 함께 이름 없는 백성들의 주체적인 삶을 기록한 것이지요. ‘왕력편’이 따로 있지만 그것도 군림하는 왕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알에서 나온 왕들의 신이한 위엄을 지니고서도 백성과 함께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장창호는 바다에 빠져 죽을 고비를 겪은 호된 기억이 《삼국유사》를 다시 쓰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늘 같은 국민을 어떻게 보는 것인가”

장창호는 깊고 어두운 바닷 속에 가라앉은 세월호에 갇힌 어린 생명들에 안타까워했다. 어린 생명들의 살려달라는 외침에 정부는 허둥댔다. 백성이 죽어가고 있는데 우왕좌왕하는 정부에 화가 치미는 것은 국민 모두가 마찬가진 상태다.

“세월호의 침몰을 우리는 참고 참으며 지켜봤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무엇부터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망연자실한 유가족 앞에서 제 배 채우기에 바쁘고, 물밑에 제 백성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행태를 보면 분노가 생깁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더 억울하게 죽어야 합니까. 절망을 견뎌내고 있는 부모들은 얼마나 착합니까. 제 가족이 숨진 것처럼 울어주고 한 명이라도 구하려고 바다로 뛰어드는 국민은 또 얼마나 의롭습니까. 이 하늘같은 국민을 대체 뭘로 보는 겁니까. 정부만 남겨두고 국민이 다 떠나야 정신을 차릴 겁니까.”

“국민이 나라를 지킬 것…국민이 주인”

정부에게 국민은 중심이 아닌 모양이지만, 《장창호 삼국유사》는 백성이, 국민이 중심이다. 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꿈꾸면서.

“제가 쓴 뮤지컬 삼국유사에서는 백성이 극을 이끌어갑니다. 역사의 한 모퉁이로 밀려난 존재가 아니라 전편에서 주역을 맡고, 연대기를 해설하고, 향가를 노래하고, 왕들을 가르치기도 하며 작품에 통일성을 부여합니다. 서럽고, 힘들고, 배척당하고, 죽임을 당해 오면서도 주인의 자리를 이어온 백성이니까 그만한 역할을 줘야지요. 국민이 주인인 시대잖아요. 국민이 나라를 지킬 겁니다. 천년만년 역사 속에 이 눈뜨고 볼 수 없는 세월호 참사를 새겨 넣고 기어이 일어설 겁니다.”

붓다가 이 땅에 계시다면 어떤 법을 설할까. 상구보리 하화중생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진리지만, 이 땅에 하화중생은 요원해 보인다.

“오는 5월 6일은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일연스님이 몽골 침략으로 피폐한 백성의 마음에 자긍심을 북돋기 위해 삼국유사를 썼듯이, 부디 이 열두 권의 책이 상심한 우리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장창호는 희곡 ‘둥지’로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극 ‘사문의 모’를 국립극장 무대에 올렸고, 뮤지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30여 작품을 연출했다. 희곡집 <바위에 새긴 사랑>, 부조리극본집 <ㅅㄹㅎ>이 있다. 한국희곡문학상 강아지똥상, 울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장 씨는 앞으로 부조리극본집 <ㅅㄹㅎㅅ>, <ㅅㄹㅎㅅㄹ> <ㅅㄹㅎㅅㄹㅎ>을 완결할 때까지 작품을 계속 쓸 계획이다.
-공동취재단 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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