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운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역사적으로 부처님의 출현은 인도 카필라성에서 정반왕과 마야부인의 아드님으로 태어난 고따마 싯달타가 6년여의 수행을 통하여 성불한 것을 시원으로 삼는다. 하지만 대승불교에서는 이 역사적인 부처님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출현한 응신불(應身佛)이고, 본래 부처는 나고 멸함이 없는 영원한 존재로 법신불, 보신불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부처는 이러한 법신불에서 중생에 응하여 우리에게 나투므로 법계에 수많은 부처님이 계시다고 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이와같이 다불(多佛)이 출현하는데 그 부처님의 출세에는 일정한 법식이 있다. 곧 겁에는 삼세겁이 있어서, 과거의 장엄겁(莊嚴劫)에는 1천의 부처님이 출세하시고, 현재 현겁(賢劫)에 1천부처님이 출세하시며, 미래 성수겁(星宿劫)에도 1천의 부처님이 출세하여, 모두 삼세 삼천의 부처가 출현한다고 한다. 삼세 3천불이 출세하는 법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여기서는 여러 불교전적에 나오는 삼세 부처님 출세의 일을 잘 정리하고 있는 《불조통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부처님은 과거 현재 미래의 세 겁에 각각 천불 여래가 나오셔서 모두 삼천여래가 된다. 과거 장엄겁에는 화광불(華光佛)부터 비사부불(毘舍浮佛)까지 천 여래이며, 현재 현겁에는 구류손불(拘留孫佛)부터 누지불(樓至佛)까지 천 여래이고, 미래 성수겁에는 일광불(日光佛)부터 수미상불(須彌相佛)까지 천 여래이니 차례로 모두 삼천여래가 나와 중생을 교화한다.

○과거 장엄겁: ①성(成) 20소겁, ②주(住) 20소겁 1000불(화광불~비사부불, 과거3불 포함), ③괴(壞) 20소겁, ④공(空) 20소겁
○현재 현겁: ①성(成) 20소겁, ②주(住) 20소겁 1000불(구류손불~누지불, 과거4불 포함), ③괴(壞) 20소겁, ④공(空) 20소겁
○미래 성수겁: ①성(成) 20소겁, ②주(住) 20소겁 1000불(일광불~수미상불), ③괴(壞) 20소겁, ④공(空) 20소겁

이때 겁의 변화는 과거 현재 미래겁에 각각 성겁(成劫) 주겁(住劫) 괴겁(壞劫) 공겁(空劫)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겁의 변화는 그 세계의 중생들이 어떻게 행위하느냐에 따라 그 시기와 길이가 정해진다. 부처님은 항상 삼세의 주겁에만 출현하는데, 중생들의 선·악업으로 말미암아 평균수명이 10세에서 8만 4천세까지 전개되고, 각각의 시대에 중생들과 인연있는 부처님이 출현하여 중생들을 제도하게 된다.

① 과거 장엄겁(莊嚴劫)의 부처님 출세

이 삼세 삼천불의 출세하는 양상을 살펴보면 과거 장엄겁에는 화광불(華光佛)부터 시작해서 끝에는 비사부불(毘舍浮佛)에 이른다. 비바시불(毘婆尸佛)은 성이 구리야(拘利若)이고 아버지는 반두(槃頭)이며, 어머니는 바제(婆提)이고 아들이 방응(方膺)이며 시자는 무우(無憂)이니, 사람수명(人壽)이 8만 세때 출세하셔서 반두바제(槃頭婆堤)성에 거주하고 파파라수(波波羅樹)아래서 3회에 걸쳐 설법하시어 34만 8천인을 제도 하셨다. 또한 시기불(尸棄佛)은 성이 구리야(拘利若)이고, 아버지는 명상(明相), 어머니는 광요(光耀), 아들은 무량(無量), 시자는 인행(忍行)이다.

사람수명 7만 세에 출세하셔서 광상성(光相城)에 거주하시며 분다리수(分陀利樹)아래 앉아서 3회에 걸쳐 설법하시어 25만인을 제도하셨다. 비사부불(毘舍浮佛)은 1천번째존(第一千尊)으로, 성이 구리야(拘利若)이고 아버지는 선등(善燈) 어머니는 칭계(稱戒) 아들은 묘각(妙覺) 시자는 적멸(寂滅)이다. 사람수명 6만세에 세상에 나오셔서 무유성(無喩城)에 거주하며 사라수(娑羅樹)아래서 설법하여 13만인을 제도하셨다.

② 현재 현겁(賢劫)의 부처님 출세

현겁에서는 많은 현인(賢人)이 나타나기 때문에 현겁이라 한다[《대지도론(大智度論)》]

먼저 칠불(七佛)이 이어 나오시고 금불(今佛) 석가불의 상법(像法) 말법(末法)을 거쳐 법이 멸하는 모습을 밝히며, 이를 계승하여 미륵(彌勒)이 하생(下生)하시며, 끝에 가서 누지불(樓至佛)이 나와 성불하신다.

사람 수명이 8만 4천세에서 줄어서 5만세에 이르렀을 때 첫번째 구류손불(拘留孫佛)이 세상에 나오신다. 성은 가섭(迦葉)이며, 아버지는 예덕(禮德), 어머니는 선지(善枝), 시자는 선각(善覺), 아들은 상승(上勝)이다. 안화성(安和城)에 거주하며 시리사수(尸利沙樹)아래 앉아서 설법하여 1회에 4만인을 제도하신다.

수명이 줄어 4만세에 이르렀을 때 두번째 구나함모니불(俱那含牟尼佛)이 세상에 나오신다. 성은 가섭(迦葉), 아버지는 대덕(大德), 어머니는 선승(善勝), 시자는 안화(安和), 아들은 도사(導師)이다. 청정성(淸淨城)에 거주하며 오잠파라문수(烏暫婆羅門樹)아래에서 설법하여 1회에 3만인을 제도 하신다.

수명이 줄어 2만세에 이르렀을 때 세 번째 가섭불(迦葉佛)이 세상에 나오신다. 성은 가섭(迦葉) 아버지는 범덕(梵德), 어머니는 재주(財主), 시자는 선우(善友), 아들은 집군(集軍)이다. 바라나성(波羅奈城)에 거주하고 니구율수(尼俱律樹)아래 앉아 설법하여 1회에 2만인을 제도하신다.

수명이 줄어 1백세에 이르렀을 때 네 번째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께서 세상에 나오신다. 본래는 수명이 1만세였을 때 중생을 관해보니 그 중생들은 제도할 기연(機緣)이 없고 백세에 이르러 겁말에 고가 핍박하므로 이때 출세한 것이다.

수명이 줄어 10세가 되면 말법 5천 1백세년에 이른다. 사람의 키는 1척이고 여인은 다섯달만에 시집간다. 이때 도병재(刀兵災)가 일어나니 사람들이 악을 행하므로 말미암아 점점 치성하여 각기 살해하려는 마음이 일어난다. 악을 행하는 자는 사람들이 공경해와도 초목이나 기와를 잡는대로 모두 도검의 흉기로 되어 다시 서로 해쳐서 비명 횡사하는 사람이 무수하다.

수명이 늘어나 8만4천세에 이르렀을 때 금륜왕이 나와 4천하를 다스리는데, 전륜왕은 칠보(七寶)를 성취한다.

수명이 줄어 8만세에 이르렀을 때 제5 미륵불(彌勒佛)이 세상에 나온다.

상카(儴佉)전륜왕시대 미륵보살이 도솔천궁에서 내려와 부처가 되기 위해 바라문가에 태어나니 아버지 이름은 수범마(修梵摩) 어머니 이름은 범마발제(梵摩跋提)로 하생하여 탁태하였다. 시두말성(翅頭末城)밖의 금강으로 장엄된 도량에 나아가 용화수(龍華樹)아래에서 곧 이날 초저녘에 마군을 항복받아 도를 이룬다.
미륵세존은 처음 법회는 금강좌에서 설법하시어 96억인이 아라한을 얻었고, 두 번째 법회는 성밖 화림원(華林園)에서 설법하시어 94억인이 아라한을 얻었으며, 세 번째 법회는 다시 화림원에 계시면서 설법하시어 92억인이 아라한을 얻었다.

미륵불이 세상에 주하는 기간은 6만세이며 입멸하신 후에는 제천과 세상사람들이 사리를 수습하여 사천하에 각각 8만4천의 보배탑을 세운다. 정법(正法)이 머무는 세상이 6만세이고, 상법(像法)이 머무는 세상 또한 6만세이다. 이 감겁중에 제6 사자불(師子佛)로부터 욕락불(欲樂佛)까지 무릇 994불이 서로 이어 출세하시어 설법하여 사람들을 득도케 한다. 최후 증겁중에 제 일천번째의 누지불(樓至佛)께서 본원력 때문에 증겁에 나오시니 일찍 출세하시어 늦게 입멸하신다.

③ 미래(未來) 성수겁(星宿劫)의 부처님 출세

미래 성수겁(星宿劫)이란 천불이 세상에 나오시는 것이 하늘의 별과 같기 때문이다.
처음 일광불(日光佛)로부터 수미상불(須彌相佛)에 이른다.

과거칠불(過去七佛)은 과거 장엄겁에서 현재 인현겁에 걸쳐 출현하는 일곱 부처로 명호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과거겁 91겁에 비바시불(毘婆尸佛), 과거 31겁에 시기불(尸棄佛), 비사부불(毘舍浮佛)까지 3분의 부처님이 출세 하시고, 현겁중에는 구류손불(拘留孫佛) 구나함모니불(俱那含牟尼佛) 가섭불(迦葉佛) 석가불(釋迦佛)의 4분이 출세한다. 우리가 흔히 미륵불은 미래겁의 부처님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현재겁 부처님이다. 이 과거칠불신앙의 흔적은 《삼국유사》 탑상 제4 가섭불연좌석조에도 보인다. “신라월성 동쪽 용궁 남쪽에 가섭불연좌석(迦葉佛宴坐石)이 있다. 이곳은 바로 전불시대의 절터이다. 지금의 황룡사터는 일곱 절 중의 하나다.”라고 하였다. 이 내용에는 결국 신라 황룡사야말로 석가불 전불인 가섭불시대 절이었고, 그 불전 뒤쪽에는 가섭불 때 부처님이 법연을 베풀었던 바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삼국유사》의 표현에서 우리는 당시 신라인들은 석가불이 나오신 가장 부처님과 인연이 깊은 인도땅보다도 한발 앞서 가섭불이 나온 신라야말로 가장 부처님과 인연이 깊은 나라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볼 때, 겁의 변화와 부처님 출세의 인연은 그 세계의 중생들의 어떤 선 악업을 짓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으면서 우리가 깊이 곱씹어 보아야 할 일이다.

-이기운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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