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8년 올해에는 부처님 오신날을 기쁨 대신 눈물로 맞고 있습니다.
지난 달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함으로써 차가운 바닷물에서 수많은 젊은 생명들이 스러져 갔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비통 속에 잠겼기 때문입니다.

정토는 모두 여래의 행원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淨土皆是如來願行所成
예토는 오로지 중생들의 공업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穢土唯由衆生共業所成

≪무량수경종요(無量壽經宗要)≫에 나오는 말로 중생들의 업연이 쌓이고 또한 서로 연결돼 세상의 모든 현상이 표출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업(善業)이 모아지면 우리 사회는 한결 밝아질 것이고, 반대로 악업(惡業)이 축적되면 분란과 갈등이 야기됩니다. 불교에서는 개인적으로 받는 업을 별업(別業)이라 하고 공동으로 받아내는 업을 공업(共業)이라고 합니다. 모든 생명은 서로가 의지하며 관계하고 있는 상의상관(相依相關)의 존재입니다. 따라서 선을 바탕으로 한 공업이 커질 때 맑고 향기로운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부처님은 ≪화엄경≫에서 ‘회진향속(回眞向俗)’을 말씀하셨습니다. 회진향속이란 진리로 향하는 마음을 세간의 중생들을 향하도록 마음을 돌이키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에 따라 공업의 업연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성대한 봉축행사보다 세월호 참사로 커다란 슬픔에 빠져있는 희생자 유가족의 상처를 보듬어야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는 모든 중생 보기를 라훌라와 같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이 흘리고 계실 눈물을 닦는데 불심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이는 곧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눈물을 닦아내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 세월호가 남긴 슬픔과 절망을 극복하는데 뜻을 모읍시다. 올해 부처님 오신날은 모든 불자들이 숙연하고도 경건한 분위기에서 세월호 참사로 빚어진 전 국민적 슬픔을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치유하는데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날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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