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수스님.
21세기 붓다는 어떨까에 대한 질문에 세첸코리아 대표 용수스님은 “티베트인들은 부처님이 이미 이 세상에 오셨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달라이라마의 삶과 활동 그리고 법문을 들어보면 부처님이 하신 것처럼 사유한다는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과학을 중시해왔다. 부처님 말씀이라도 틀린 부분이 있다고 과감하게 지적하는 분이다. 과학적인 증명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현대과학과 불교가 접합점을 갖게 된 건 달라이라마 덕분이다.

“달라이라마 존자님은 새벽에 일어나 4시간 기도 후 매일 아침 달라이라마는 BBC 뉴스와 타임지를 즐겨 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정말 뛰어난 분인데요. 부처님 말씀을 전하실 때 쉽게 와 닿게, 알아듣고 실천할 수 있도록 간단한 말과 단어로 말씀하십니다. 거기에 유머러스하죠.”

티베트 까규파의 법왕 카르마파 존자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 환경을 지키는 지름길, 채식에도 엄격하다. 현대사회에서 환경을 살리기 위해서는 동물세계의 비참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카르마파 존자의 가르침이다. 인간이 먹고 살기 위해서 동물들이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분 스승처럼 부처님께서 이 시대에 오신다면 과학 환경 축산업 등에 관심을 가지셨을 겁니다. 부처님은 팔만대장경 법문을 말씀하셨는데요. 현대에는 부처님 말씀이 훨씬 더 많이 늘어났겠죠. 세상이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으니까요. 자동차 컴퓨터에 대한 비유도 많이 나왔을 겁니다.”

인류의 첫 스승이셨던 부처님은 언제나 실용적인 말씀만 하셨다. 때문에 이 시대에 오셨다면 현대적인 용어와 비유로 과학적인 접근을 했을 거라는 뜻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스승을 부처님처럼 여깁니다. 티베트 불교 하면 밀교를 생각하지만 티베트 불교는 밀교와 현교가 공존합니다. 소승, 대승, 금강승이 다 있는 게 티베트 불교죠.”

티베트에도 사찰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는 부처님이요, 모든 소리는 법이요, 모든 생각은 지혜”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 스승이다.

“불법승 삼보가 모두 스승 안에 있습니다. 불은 스승의 마음이요, 법은 스승의 말이요, 승은 스승의 몸이니 신구의를 갖춘 것이죠. 그래서 이 스승을 부처님으로 봐야하는데요. 스승의 은혜는 부처님보다 크다고 합니다. 내가 지닌 공덕이 미약해서 부처님의 설법을 직접 듣지 못하고 깨치지 못해서 깨친 분을 스승으로 삼아 공부를 하는 겁니다. 이 스승이 라마입니다. 티베트에서는 선지식이 곧 도라고 가르칩니다.”

용수스님은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우울해하는 것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부처님도 우리 스승들도 과거는 바꿀 수 없다고 말씀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분노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분노의 선악을 떠나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분노라면 괜찮습니다. 비판만 하고 과거만 헤집는 비실용적인 분노는 할 필요 없죠.”

세월호 사건의 사망자 실종자 피해자 가족 등을 위해 세첸코리아와 티벳하우스 코리아에서는 기도모임을 했다.

“우리가 할 것은 같이 아픔을 느낀 만큼 사랑을 보내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돌아가신 분은 천도해줘야 합니다. 비극은 두 가지로 반응할 수 있어요. 습을 따라서 괴로움을 만들 수도 있지만 비극으로 인해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마음이 건강하고 한마음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해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스님은 후회는 두 가지라고 설명한다. 과거로 향하는 파괴적인 후회와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후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대에 맞는 도움 되는 법은 바로 불교입니다. 불교는 마음과학입니다. 2500년 전 부처님이 발견해낸 진리를 양자물리학자나 뇌과학자들이 이제야 발견하는 겁니다. 때문에 불교는 현대의 종교이자 미래의 종교입니다.”

불교의 가치는 종교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철학이자 과학에 더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음챙김명상(MBSR)은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알아차림법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은 불교명상을 꼭 배워야합니다. 인생 모든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한국은 그런 불교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삶의 질은 마음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물질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죠. 때문에 마음이 행복하려면 불교명상을 해야 합니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불교명상에는 두 자기 요소가 있다. 알아차림을 기르는 마음을 이 순간에 있게 하는 ‘사마타’와 알아차림을 길러서 일어나는 지혜와 통찰을 뜻하는 ‘위빠사나’다.

“사마타는 다른 종교에도 있지만 위빠사나는 불교에만 있습니다. 또한 삶에는 두 가지 지혜가 있는데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머리로 아는 지혜와 오직 명상으로 통찰해서 배우는 본인이 아는 지혜가 있습니다. 이 명상법이 위빠사나인 거죠.”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어떻게 수행해야할까?

“무조건 화두 수행을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모두 ‘화두’에 들어야한다는 건 모두가 인삼을 먹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인삼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됩니다. ‘화두’ 역시 나에게 맞지 않는 수행이라면 독이 되는 겁니다.”

내게 맞는 수행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그릇을 알아야한다. 그 그릇은 공덕으로 만들어진다. 공덕을 쌓으려면 절 수행을 해야 하고, 보시 선행 방생 등이 중요하다. 하지만 스님이 가장 강조하는 건 ‘발원’이다. 수행하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이 있어야 제대로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 발원을 하면 삶에서도 원하는 모든 것을 제대로 잘 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분노도 잘한다. 분노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명상뿐이다.
“마음의 평화와 여유, 휴식 그리고 자비심 개발을 위해 불교는 꼭 필요한 종교입니다. 포교방법 또한 이렇게 접근해야하죠. 절에 와서 하나님 믿듯 부처님 믿어라 하고 가르치는 건 불법이 아니에요. 기복은 불교가 아닙니다. 법륜스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죠. 현대에 맞는 불교는 마음을 치료하는 명상입니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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