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는 여러 종류의 종교가 상존하고 있고, 종교의 큰 목적이 행복추구임을 잘 알고 있는 무리들은 종교간의 평화를 외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주의적 종교관일 뿐 보다 적극적인 종교화합으로 나아가기엔 아직 부족하다.

이에 불교의 한 출가 비구가 이역만리 프랑스 가톨릭수도원에서 약 1년 동안 그곳 수행자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좋은 점은 배우고 서로의 동질감을 확인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한 것을 책으로 펴낸 사람이 있다. 바로 이번에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을 펴낸 향적 스님이다. 한국 승려가 프랑스 수도원에서 체험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 향적 스님이 느낀 베네딕트파의 규칙과 수행방법은 불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베네딕트 규칙의 대목에서는 중국 선종 백장선사의 ‘일일부작 일일부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란 청규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베네딕트회의 묵상 방법도 묵조선(黙照禪)과 매우 유사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곧 동서양을 떠나 종교적 근원이 둘이 아님을 경험한 것이다.

또 종교간의 문화적 차이로 인한 에피소드도 포함하고 있다. 예컨대 영세를 받지 않으면 미사시간에 빵을 받을 수 없어 그냥 자리만 지켜야했던 일 등이다. 하지만 그들 내면에 있는 개방성과 포용성에 놀랐다고 스님은 말한다. 어떤 신부의 집무실에 관세음보살 벽화사진이 모셔져 있고, 도서관에 《한글대장경》과 《고려대장경》이 비치되어 있는 예이다.

특히, 수도원 특유의 자급자족 경제시스템은 한국불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큼을 느낀다고 스님은 말하고 있다. 치즈나 도자기를 만들어 팔아 재원을 확보하고, 자체생산 가능한 것은 각자가 나누어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더욱이 수도원에서 신과 같은 존재인 원장도 틈틈이 수도원 식구들의 가죽슬리퍼를 만든다고 한다.

이 책은 스님의 가톨릭 수도원 체험기 외에도 ‘이해인 수녀와의 종교화합 대담’과 ‘스님의 각종 기고문과 법문’을 담고 있다. 특히 칼럼집은 권위주의시대가 낳은 억압과 통제를 비판하면서 인간의자유와 정의가 절대권력에 의해 제한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발문을 쓴 정휴 스님은 “종교적 교의가 다르고 의식과 문화가 많은 다른데도 향적 스님은 근원에서 서로 같은 점을 찾아내고 있다”며, “수도원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정신과 사상적 넓이를 확대하면서 불교적 자아를 형성했음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종교를 넘어 우정을 나누고 있는 이해인 수녀도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타종교의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는 스님의 글들은 연꽃처럼 둥글고 아름다운 지혜로 우리를 초대합니다”며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

특히, 향적 스님이 머물렀던 삐에르-끼-비 수도원의 룩(F. Luc, abbé) 원장도 추천사를 통해 “쉽지 않은 서양가톨릭 수도원의 생활임에도 향적 스님은 겸손함으로 우리 수도사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더불어 우리 수도원의 의식과 생활을 함께 했다”며, “우리는 서로 다른 종교를 신봉하지만 상호의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향적스님/금시조출판사/15,000원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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