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지난 4월10일 94년 종단개혁불사 20주년 기념법회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94년개혁불사2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 법등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94년 개혁 이후 20년 동안 종단은 눈부신 변화와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지난 20년의 평가와 진단이 제각각 다른 것이 현실이고 개혁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폐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법등스님은 또 “이에 대한 원인은 우리 스스로 성과에 안주해 다음 단계의 과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고 진단했다.

우리는 법등스님의 이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실제로 종단개혁 20년의 평가는 저마다 다르다. 다르다는 의미는 소소한 견해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 집행부는 종단개혁 20년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만 재야에서는 ‘실패한 개혁’ 또는 ‘승가정신의 퇴보와 상실’까지 주장하며 극과 극의 상반된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94년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설조스님은 개혁불사 20주년 기념법회와 관련 같은 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종단개혁 20년이 지난 현 종단 상황을 비판하고 나섰다. 설조스님은 “종단 개혁이란 공정한 인사와 행정, 투명한 재정운영이 핵심이다”고 강조하고 “하지만 이 내용을 담은 종헌 개정안이 80명의 개혁회의 의원 중 18명만이 찬성해 부결됐었다”며 당시 개혁의지의 허점을 통탄했다. 이로 인해 우리 종단이  훗날 사회로부터 ‘몽키비지니스(monky business, 사기 협잡)라는 말로 조롱받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설조스님의 이 진단에 대해서도 우리는 가벼이 넘겨선 안 된다고 본다. 말마따나 개혁은 완성 종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총무원은 이번 개혁불사 20주년을 기념해  ‘1994년 종단개혁불사 이렇게 이루어졌다’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자는 94년 개혁을 1980년 10·27법난과 맞닿아 있다는 등 전혀 공감 못 할 주장을 피력하는 등 과대포장의 비약이 심하다. 중요한 것은 반성과 점검을 통한 전환이다. 개혁은 이럴 때 동력을 얻는 법이다. 종단개혁 20년은 종결된 평가가 아니라 여전히 프로세스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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