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가 나락에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상은 하루하루가 크게 변하고 있는데 전법도생을 외면한 채, 세속적 탐욕과 명리에 집착하는 승가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불교를 혁신하기 위한 결사운동이라도 전개해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결사에 대해 불교사전은 ‘뜻을 같이 하는 승려들이 함께 수행하면서 교단을 개혁하려는 운동’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불교 내부의 부패와 타락을 혁신하려는 운동은 각 시대마다 있었다. 특히 불교의 타락이 극심하던 고려 말 몇몇 뜻있는 승려들은 혁신의 기치에 자리를 함께 하고 나섰다. 그 중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결사(定慧結社)와 요세(了世)의 백련결사(白蓮結社)가 유명하다.

지눌스님은 거조사에서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을 써 세속화된 호국·기복불교를 타파하는 동시에 부패한 현실불교를 척결함으로써 정법과 수행불교를 하자고 강조했다.

강진 만덕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요세의 백련결사는 ‘청규’로 세속의 모범을 삼았다. 즉 삼의일발로 생활하는 청규와 시주의 보시를 곤궁한 이에게 나누어주는 보살행은 대중들의 신뢰를 샀다. 이처럼 지눌의 정혜결사와 요세의 백련결사는 고려시대 2대 결사가 되었다.

만일염불결사도 승가의 방종에 경책을 울리는데 주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경덕왕 때 발징이 강원도 고성 원각사(지금의 건봉사)에서 최초로 염불결사를 가진 것으로 기록에 전한다. 27년 5개월이 걸리는 만일결사에는 31명의 승려와 1천여 명의 재가신도가 참가했다고 ‘건봉사 사적’은 전하고 있다. 만일염불결사도 시대별 혼란상황에서 타락과 부패를 혁신하고자 하는 목적의 종교운동이다.

이러한 역사를 살펴 한국불교의 현실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뜻있는 사부대중이 결집해 현대판 결사운동이 전개되길 바란다.

법진스님/본지 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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