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열린 제197차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에서는 재단법인 선학원의 권리 보장을 명시하는 총무원법 제24조를 삭제하고, 2013년 제정한 ‘법인법’ 시행을 1년간 유보한다는 계획을 3개월로 단축 수정하여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선학원 측에서는 3월 26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여, 임원진 전원이 조계종 승적을 철회한다는 제적원을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선학원과 조계종 사이의 갈등이 막판 까지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조계종 총무원의 행보를 보면,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운영하는 국내 각종 법인 이사 중 일부를 총무원에서 파견하는 인물로 충당하려고 한다. 이런 법인들 중에서는 크게는 ‘학교법인’, ‘재단법인’, ‘복지법인’, ‘사단법인’ 등등이 있다. 물론 ‘법인’들은 민법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각종 법령에 의해 보호와 감독을 받는다. 그리고 법인들은 국가의 법령 범위 내에서 제각기 ‘정관’을 등기소에 등기하여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법으로 지위가 보장된 기관이다.

반면 대한불교조계종은 종교의 자유와 집회와 결사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입각해서, 개인들이 자유롭게 만든 사적인 단체이다. 때문에 조계종이 직접적으로 법인의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조계종으로서는 이사 자리를 확보하려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 법인의 이사들과 갈등이 생긴다. 조계종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인들이 움직여지지 않자, 법인 운영에 관계하는 스님들에게 조계종 내의 활동에 제동을 건다. 예를 들면, ‘법인법’을 수용하지 않는 법인에서 활동하는 승려들에게는 종단의 중요 직책을 수행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그 제자들의 활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선학원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압력도 먹히지 않는다. 그 단적인 현상이 선학원 스님들의 ‘조계종 승적 철회’이다. 조계종 승려 자격을 포기하면 했지, 조계종 총무원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서 필자는 두 사이가 막판에 치달았다고 했던 것이다.

이쯤 되면, 두 단체는 결별의 전 단계까지 거의 다 간 것이다. 즉 ‘법인법’의 실행으로 결별할 것인가? 아니면 ‘법인법’을 수정하여 두 단체가 상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 사실, ‘법인법’은 조계종의 많은 중앙종회 의원들도 지적했듯이 졸속 제정되어 많은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법인법’은 법인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유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무슨 ‘현실’이냐 하면, 선학원에 소속된 절의 주지들로서는 현실적으로 손해 볼 것이 없다. 주지의 권리는 자신의 생전에도 보장되고, 또 사후에는 문도들에게 승계할 수 있는 ‘현실’ 말이다. 게다가 재단법인 선학원은 명칭 즉 ‘브랜드 이미지’도 높다. 조계종의 ‘브랜드 이미지’를 빌리지 않더라도, ‘현실’ 활동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조계종을 탄생시킨 모태가 선학원이므로, 어미와 자식이 싸우는 형국이다.

선학원은 민족불교의 수호와 정화불사를 통해 조계종을 탄생시킨 역사를 갖고 있다. 선학원과 조계종이 비록 법적인 지위는 다르지만, 한 뿌리라는 인식으로 공멸의 덫을 벗어나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한 가지 첨언을 보탠다면, 이번 기회에 두 단체가 갈등하는 일이 더 이상 없도록, 분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싸움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재단법인’은 국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조계종은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어떤 형태의 ‘법인’이든, ‘법인’을 조계종이 관리하려고 들어서는 안 된다. ‘법인’의 설립 정신과 운영을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상생하는 쪽으로 법령을 만들고 정책을 펴야지, 지금과 같은 식이면, 조계종은 결과적으로 얻는 것은 거의 없고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선학원 임원진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단호한 입장을 보여, 조계종에 대해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이런 연장선에서 선학원 소속 말사 주지 중에서 양다리 걸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법인의 정관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논공행상을 해야 한다. 재단법인 선학원이 조계종과 상생 쪽으로 조화되기를 불교계의 많은 법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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