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 현진스님의 아홉 번째 이야기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가 나왔다. 스님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철마다 피는 꽃과 나무를 따라 산길을 걷는 듯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때가 되면 복닥대던 도심의 포교당을 홀연히 떠난 스님.

3년 전 청원 불모산 자락의 작은 암자로 옮겨와 반농반선의 삶을 살고 있는 스님에게 봄의 매화나무, 여름의 느티나무, 가을의 비비추, 겨울의 설화는 삶과 수행을 반추하게 해주는 좋은 소재들이다. 그 속에서 스님은 ‘행복의 꼬리를 따라가면 안 된다’, ‘빠른 속도는 재미가 없다’ 같은 너무나 자명한 진리들을 농익은 글 솜씨로 사람들에게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꺼내놓는다.

수행자의 글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또 때로는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들이 매일 매일 반추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일상의 목표와 속도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너무나 선명한 장면도 놓치고 살 때가 많다. 하지만 멈추고 돌아보면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명징해 보이는 법이다.

현진스님이 순간순간을 수시로 돌아보며 반추하는 삶에서 우리에게 내놓은 이야기는 바로 느슨하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다.

하지만 단순하고 소박하기만 하다면 그건 은거지 불가의 삶은 아니다. 그래서 스님은 매 순간 우리는 ‘간절하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삶이든 수행이든 간절해질 때 그 삶이 추구하는바, 수행이 목적하는바에 다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선방에 앉아 화두를 들거나 포교를 위해 저자거리로 나선 스님의 모습을 기대한 것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한여름 마당의 풀과 씨름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하는 스님의 글 속에는 또 다른 수행의 연륜이 숨어 있다. 그래서 스님의 글은 행간을 넘어갈 때마다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며 꽃이며 나무의 향기를 듬뿍 맡을 수 있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현진스님/담앤북스/14,000원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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