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중생의 불성을 인정한 붓다의 만물평등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교단 내 성차별 관행, 사회의 성차별에 둔감하고 그 변화를 위해 뚜렷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한, 현 불교계가 성형문화라는 ‘불타고 있는 집’에서 대중을 구출할 수 있는 119 소방대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14년 봄 제16권 제1호, 통권 57호 《불교평론》 ‘불교의 몸, 몸의 불교’ 특집에서 ‘성형 요구하는 현대문화와 불교’를 발표한 살림여성문화운동 단체 가배울의 김정희 대표는 “중고등학교 기간 동안 과반수에 이르는 아이들이 성형을 할 정도로 성형문화, 외모 가꾸기 문화가 하나의 일상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불교에서는 외모 가꾸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불교계에 변화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불교는 횡행하는 외모 성형문화로부터 여성, 남성이 휘둘리지 않게 하는데, 다른 어떤 것보다 특별히 사회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라며 의문을 던진다. 이 의문에 대한 결론은 불교든 기독교든 오늘날 종교는 성형문화의 극성을 성찰하고 완화시키는 실질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의미 있게 행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몸은 물질의 대표적인 것이고 물질은 집착할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하는 것으로 설해진다. 김 대표는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라는 세간의 왜곡된 기준을 참으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음과 그래서 일어나는 자신이 몸에 대한 못마땅함 내지 분노, 여기서 다시 발동하는 왜곡된 기준에 자신을 맞추어 ‘아름답다’는 소리를 듣고 미인 미남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유혹, 탐욕에서 벗어나서 불멸의 길을 가라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라고 정리한다.

하지만 불교가 성형과 외모 가꾸기를 ‘외모 보다 마음’이라는 불교 교법을 앞세워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기보다 ‘건강’을 기준선으로 삼아 중근기 하근기의 중생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하근기 중근기 중생에게는 ‘외모는 내 것이 아니니 초연하라’는 붓다의 가르침보다는 성형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 건강상의 위해성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중생으로 하여금 성형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형문화와 관련해 김 대표는 불교계가 성차별에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처님은 당시 여성의 출가와 비구니 승단을 인정할 정도로 근본적인 성평등론자인데 오늘날 불교계의 비구니 팔경법과 교단 내 성차별 논란을 쳐다보면 현대사회에서 불교가 대중들에게 스승이 될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성형문화에 대한 불교적 토론과 개입은 불교계의 젠더 문화에 대한 토론,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밖에도 ‘불교의 몸, 몸의 불교’ 특집에는 △몸의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조광제 △불교에서 몸이란 무엇인가-임승택 △수행에서의 몸-이거룡 △몸, 질병 그리고 불교의학-양승규 △성형 요구하는 현대문화와 불교-김정희가 실렸다.

논단에는 △힉스입자의 발견과 불교의 세계관-양형진 △죽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문현공) △법성종 현앙의 의의(신규탁), 특별기획 경허를 다시 읽는다에는 △경허 연구의 경형과 특징 분석-이종수 △경허 전기 서술의 몇 가지 경향-백원기 △경허선사의 무애적 선시-이종찬 △경허성우의 불교사적 위상-한상길 △경허 담론의 쟁점과 현재적 의미-허정, 현장리포트에는 △10일간 위빠사나 수행체험기-김우남 △대만 법고산 탐방기-서재영, 기획연재에는 △현대한국의 불교학자①김동화-김영진의 글이 수록됐다.
불교평론 편집부 엮음/불교시대사/15,000원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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