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조세위원회가 지난 달 26일 국회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종교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종교인소득’세목을 신설하겠다고 제안했다. 납부방법에 대해선 원천징수가 아닌 자진납세로 정리한 방안을 내놓았다.

또 조세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은 소득 80%를 필요경비로 처리하고 나머지 20%만 과세하겠다고도 밝혔다. 종교인에게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나아가 저소득 근로자에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을 저소득 종교인에게도 지급해달라는 종교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날 종교인 과세 문제와 관련해 가진 간담회를 지켜보며 국회와 정부가 과연 원칙과 진정성을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와 정부는 먼저 종교계와 종교인 과세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종교인에 대한 비과세는 법적으로 규정된 바가 없다. 반면 종교인이라고 해서 비과세를 당연히 받아들인 것으로 곡해해선 곤란하다. 소득이 있다면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미 1994년 3월 11일 세금을 내기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이를 시행해 오고 있다. 세금은 월정 급여와 원고료 강의비 등 기타 소득을 계산해 원천징수된다. 불교계도 이를 잘 알고 있으므로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스님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내겠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마치 종교인의 과세에 어떤 특별한 계산법이 작용해야 하는 듯 나오고 있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으로 옳은 자세가 아니다. 헌법에 명시돼 있듯 대한민국 국민은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납세의 의무를 갖는다. 정부는 종교인에 대해 선심을 쓰는 양 쓸데없는 수식적 언사를 펴지 말고 일반 국민과 똑같이 소득에 따른 원천징수를 실시하면 된다. 이런 원칙이 확고히 선다면 종교인 과세 제도를 쉽게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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