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고위층 17명 상습도박 의혹이 지난 11일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도박 사실을 폭로하고 자수했던 장주스님에게 제기된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도 무혐의 처분됐다.

종교인으로서 고액 상습도박을 한다는 의혹을 받았고, 특히 종헌 제54조에 규정된 종단의 대표자가 연루되었다고 보도되어서 적잖이 마음 졸였는데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니, 한편으로는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만약 검찰에서 기소를 했더라면 온갖 언론은 물론, 불교가 망하기를 기대하는 무리들이 날뛰고 야단이 났을 텐데, 그런 사태를 겪지 않게 됐으니 말이다. 유죄처분을 받았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교에 등을 돌렸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불교계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 이튿날 발표된 교단자정센터 논평문을 보면 도박혐의자 가운데 2명에 대해 서면조사를 한 데 대해 “혐의내용의 중심인물을 서면조사만으로 조사를 종료시킨 것은 검찰조사가 진정성 있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면서 “(16명의 스님들에게) 무혐의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장주스님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아니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검찰을 비판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불교개혁, 불교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 것이다.

사실 이번 검찰의 결정은 찜찜한 점이 없지 않다. 장주스님의 폭로로 보나, 재경스님이 도박 빚 때문에 표충사 땅을 매각하고 도망친 것으로 보나, 도박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이는데도 “장주 스님의 진술만으로 상습도박혐의를 인정하기 힘들고, 참고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종단 권력자들의 손을 들어준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검찰의 무혐의 결정이 한편으로는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니다. 종교 지도자의 비리가 드러나면 국민들이 그 종교에 등을 돌리게 되지만 비리가 감추어지면 부패가 더 심해져 결국 파국으로 향한다. 불교계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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