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학연구회 겨울워크숍에서 거창 붓다선원 진경스님이 발표를 하고 있다.

불교학연구회(회장 조은수)가 15~16일 인제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특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느 때처럼 논문을 발표하고 서로의 학문적 견해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조은수 회장은 “오래 실참하신 수행자와 이론가, 불교 수행을 활용한 심리치료 전문가로부터 실제 현장 이야기를 듣고 수행의 이론과 실제 그리고 활용을 논한 자리였다”고 워크숍의 의의를 설명했다.

위빠사나 수행의 이론과 실제를 적나라하게 소개한 정준영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의 발표를 따라가보자.

정준영 교수가 소개한 현대 상좌부전통을 지키고 있는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은 총 세 가지. 순룬 위빠사나 수행, 마하시 위빠사나 수행, 쉐우민 위빠사나 수행이다.

순룬 위빠사나 수행은 호흡과 감각의 관찰 그리고 감각을 넘어선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정준영 교수는 “순룬의 특징은 독특한 호흡법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며 “호흡수행은 마치 주사기로 물을 빨아올리듯 신속하게 세밀하고 들이마시는 들숨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한다.

들숨만 강한 것이 아니다. 날숨 역시 강하고 날쌔게 진행된다. 순룬 위빠사나의 호흡수행이 이루어지는 동안 위빠사나 센터는 격렬한 숨소리로 가득찬다.

왜 이렇게 거친 호흡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순룬의 강한 호흡관찰은 마음을 조절해 집중력을 빠르게 확립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온이라는 장애를 제거할 뿐 아니라 후에 일어날 괴로운 느낌을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방법이다.

순룬 수행의 주창자 순룬사야도는 “단 한 번의 닿음이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매 순간의 닿음을 알아차려 매우 엄격하게 닿음을 주시하고, 닿음을 알아차리라”고 경책한다.

강하게 호흡하라고 해서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우 와라 사야도는 “들숨과 날숨의 균형이 반드시 맞춰져야만 수행자는 톱이 반복적으로 움직여 나무를 자르듯 강하지만 부드럽고 어려움 없이 자연스러운 주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처음 50분 간 강한 호흡을 하고나면 두 번째 단계인 감각의 관찰을 시작한다. 이때는 호흡과 함께 들썩이던 상체는 멈추고 미동도 없이 고요한 감각의 관찰이 시작된다. 몸에서 나타는 모든 느낌을 움직이지 않고 주시하는 것이 감각 관찰의 핵심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통증, 경련, 저림, 열기 등 여러 감각이 수행자를 휩쓴다. 대부분 이 단계는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정준영 교수는 “감각을 주시하는 중에 수행자는 자신의 생각을 확장시켜서는 안 된다”며 “예를 들어 ‘이 통증은 나의 팔에서 나타난다’ 등 ‘나’라는 생각도 ‘내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한다. 위빠사나는 이러한 개념을 아는 것이 아니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룬 수행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각을 넘어선 마음의 단계로 들어간다.

정준영 교수는 “순룬 수행의 목적은 장애와 속박을 벗어나 열반으로 다가가는 것”이라며 “성인이 되기 위해 괴로움을 감내하는 곳이 순룬명상센터”라고 소개했다.

▲ 정준영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가 회원들에게 수행법을 알려주고 있다.

두 번째로 안내한 곳은 마하시 위빠사나 수행의 대명사로 알려진 마하시 명상센터다. 마하시 위빠사나는 하루 16시간을 정진으로 채운다. 앉아서 하는 좌선과 걸으면서 하는 경행이 마하시 수행법의 실체다. 좌선은 호흡을 통한 배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기본이다. 경행은 걸으며 느껴지는 발목 아래의 느낌을 중심으로 하며, 몸의 모든 움직임에 대한 관찰로 확대될 수 있다.

정준영 교수는 “좌선 9시간, 경행 7시간으로 일정에 정해진 수행시간은 16시간이지만 실제 수행은 개인 처소에 돌아와서도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수행을 시작하는 수행자들은 마치 환자가 통증을 피하려 천천히 움직이듯, 최대한 몸을 천천히 움직여 자신의 모든 행위와 그 행위를 일으키는 마음의 의도들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하시 수행자는 좌선과 경행을 통해 키운 주시의 힘을 일상에서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마하시 수행법 안에서의 집중은 이러한 주시와 함께 이루어진다. 집중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변화하는 대상에 주시가 밀착함으로서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다.

정준영 교수는 “마하시 수행법을 통해 단 10분이라도 ‘잡념 없이’ 대상에 밀착해 주시할 수 있다면 꿰뚫어 보는 눈이 열리게 돼 ‘앎’은 저절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쉐우민 위빠사나 수행은 순수 위빠사나 계열로, 집중을 통한 몰입에 비해, 현상의 생멸에 대해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정준영 교수는 “쉐우민 명상센터의 수행자는 관찰 대상을 마음으로 주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알고 있는 마음 역시 바라봐야 한다”며 “쉐우민 명상센터에서는 주시라는 표현보다 알아차림이라는 표현을 더욱 자주 사용한다”며 다른 위빠사나 명상센터와 다른 점을 지적했다.

쉐우민 수행은 신수심법의 사념처 가운데 마음을 따라서 관찰하는 심념처가 가장 발달됐다. 수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상을 아는 마음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느낌의 관찰과 병행하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정준영 교수는 “쉐우민의 위빠사나 수행은 시간, 장소, 일, 자세 즉 행주좌와를 가리지 않는다”며 “심념처 수행은 하루 종일 지속되는 수행으로 깨어있는 편안하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얀마는 정부 차원에서 명상비자 제도를 운영하면서 오랜 기간 수행을 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배려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이론과 수행법을 듣고 직접 수행에 동참하는 시간도 주어져 회원들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변희욱 총무이사(불교학연구회)는 “대중선방에서 가르치시는 대로 스님들께서 가르쳐주셨다”며 “학회의 워크숍이었지만 현실세상에서 수행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학자들이 경청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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