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봉기 49주년이 되는 지난 3월 10일을 기점으로 티베트(시짱·西藏)가 국제사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티베트인의 독립 요구시위와 중국정부의 무력진압 그리고 중국을 겨냥한 비판여론 등으로 국제사회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달라이 라마 지지자 석방 요구 시위’로 촉발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1959년 봉기 49주년을 맞아 시작된 티베트 라싸에서 스님들이 달라이 라마 지지자들의 석방을 요구한 시위가 불씨가 됐고, 라싸를 넘어 티베트 안팎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인도 다람살라에서는 중국까지 도보행진을 벌이려는 티베트 스님들과 시민들이 강제 연행됐고, 인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도 티베트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진압에 항의하는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중국정부는 “독립을 요구하며 티베트 수도 라싸에서 일어난 반(反)중국 시위과정에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반면, 티베트 망명정부는 “시위진압 과정에서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스님과 시민 1000여 명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AFP와 알자지라 등 언론은 “시내 중심가에 탱크가 눈에 띄기 시작했으며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 주민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일부 서방 언론 등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총기가 사용됐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3월 22일자 사설에서 “중국은 파괴행위를 공모한 티베트 독립세력을 단호하게 분쇄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13억 중국인들은 지역 안정을 흔드는 세력을 방치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한 줌밖에 안 되는 범법자들을 진압하고 력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분리 독립운동 세력이 베이징 올림픽을 자신들의 요구를 알릴 절호의 기회로 보고 각종 시위와 테러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아래 10만 명이 넘는 공안과 반테러 전담 병력을 육성하고 주요 테러 근거지에 대한 무력 진압을 펼치고 있다.

중국 안팎에서, ‘무력진압 성토’ 여론
미국, 인도, 오스트리아, 독일 등지에서 티베트 망명인사들이 중국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주도하는 가운데, 티베트 사태를 지켜보는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에게 깊은 우려를 보내고 있다.
럽의회는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할 것을 회원국들에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회원국의 대중국 입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독일 정부도 중국에 대해 티베트 사태의 진상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티베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을 중국 측에 분명히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 독일인 기자 2명을 강제로 추방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도 중국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며 “국제사회가 중국의 티베트 지배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을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지식인들도 티베트 유혈사태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비판을 하고 나섰다. 중국 반체제 작가인 류샤오보(劉曉波) 등 학자와 예술가 30명은 3월 22일 외국 웹사이트에 올린 공개성명에서 티베트사태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지식인들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불교계도 티베트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계종 중앙종회가 3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국 정부는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데 이어 31일 국제티베트 지원 단체들이 정한 ‘티베트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맞아 참여불교재가연대, 불교여성개발원,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등 45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티베트평화연대가 ‘학살중지, 티베트에 평화를’ 기원하는 촛불시위를 열었다.

국제전문가들, ‘해결 어렵고…장기화 될 듯’
이에 대해 국제 전문가들은 ‘티베트 사태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티베트의 갈등에는 영토와 자원 문제뿐 아니라 냉정하고 전략적인 사고와 뿌리깊은 정서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겹쳐있다”고 지적하며, “그만큼 해결이 어렵다”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런던정경대(LSE)의 티베트문제 전문가인 앤드루 피셔는 “중국 입장에서 티베트는 전략적인 측면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며 “국가안보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티베트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강국들과 교차하는 지역에 있는 만큼 어느 나라든 이 지역을 지배하면 부수적인 이점을 누리게 된다. 중국이 티베트 수도 라싸까지 철도를 연결하며 여러가지 이유를 꼽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인도나 러시아와 군사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군대를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60년대에 이미 두 나라와 충돌한 바 있다.
21세기 들어서는 상수원 공급원이라는 요소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티베트는 많은 강들의 발원지 겸 중국의 수자원 공급원으로, 이 지역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 전역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링난(嶺南)대 중국정치 전문가인 폴 해리스는 “(티베트인들에게) 불행한 점은 중국은 티베트에 대해 철저하면서도 극단적으로, 또한 완벽하게 감정적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티베트 사태를 잘못 처리할 경우 자칫 무슬림들이 지배하는 신장 지역, 네이멍구(內蒙古), 대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으로서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 수 없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샤키아 교수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지지는 부분적으로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공산당은 나라를 재통일하고 강국으로 만든 중국내 최초의 조직”이라며 “티베트를 잃으면 나라를 현 상태로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공산당 입장에서 현상 유지는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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