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스님은 성매수로 ‘성매매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확정 판결 받는 등 심각한 승풍실추를 자행했다. 조계종 재심호계원은 작년 6월 20일 그에게 문서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B 스님은 작년 3월 서울 인사동의 음식점에서 동료 종회의원들을 포함해 20여명 이상 동석하고 있는 상태에서 한 재가자를 폭행했다. 피해자는 2012년 불교계 안팎에 큰 충격을 줬던 백양사 도박 사건을 최초로 보도했던 한 불교언론사의 기자였고, B 스님은 이 보도로 인해 중앙종회의원직을 잃었던 인물이다. 폭행을 당한 기자는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 중상을 입었지만, 초심호계원에서는 지난 12월 12일 B 스님에게 문서견책을 선고했다.

C 스님은 미국에서 혼인했다는 증명서가 제출돼 논란을 일으켜 징계에 회부되었지만, 제적 이상의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초심호계원은 같은 날 그에게 공권정지 5년의 경징계를 내렸다.

D 스님은 작년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신동아> 9월호 등의 언론에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상습도박 의혹을 폭로하고 검찰에 자수하였다는 이유로, E 스님은 D 스님과 관련하여 총무원의 잘못을 고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는 이유로 작년 12월 12일과 11월 18일, 초심호계원은 각각 멸빈과 제적의 중징계를 선고했다.

이 몇 가지의 사례를 살펴보면, 호계원의 판결이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속에서는 판례법이 있어서 유사 사건에 대해 비슷한 양형을 내리는 데 비해, 호계원의 ‘고무줄 판결’은 도무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 알 수가 없다. 최소한의 상식마저 가볍게 깔아뭉개는 이 같은 판결은, 호계원의 양형기준이 종헌종법이 아니라 권력자의 의중에 좌우되는 게 아닌지 의심을 들게 한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가 사법부의 독립 여부이다. 그리고 민주국가의 사법부에 부여된 책무는 재판을 통하여 국가 권력과 자본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갖가지 승풍실추로 인해 멀어져간 민심을 다잡고 종단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호계원의 정치적 독립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기왕에 세속의 삼권분립제를 흉내 내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북스님/편집인, 대구 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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