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의 중생의 노고를 생각해 본다. 쌀이며 채소는 농부의 피땀 흘린 노고 부엌에서 공양 짓는 공양주의 노고…. 수많은 이들 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이 음식을 내가 부끄럼 없이 받아먹을 자격이 있는가. 내가 먹는 이 음식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땅에서 솟은 것도 아니고 오직 노동 대중의 피땀 어린 노력에 의해서 생산된 것이다. 그러므로 생산하지 않는 우리는 그 노고를 가슴깊이 새기며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 한 톨의 쌀도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는 굶주려 주는 사람들이 아직도 무수히 많다.”(『소심경』‘오관게’ 일부)

수행하는 스님들이 식사할 때 실시하는 식사법인 ‘발우공양’이 환경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은 발우공양에서 모든 사람이 똑 같이 나누어 먹는 ‘평등사상’, 철저히 위생적인 ‘청결생활’, 조금도 낭비가 없는 ‘절약생활’,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고양시키는 ‘공동생활’의 담론을 끄집어내고, ‘지구 살리기의 실천’라고 말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지구를 일컬어 “우리의 터전 우리의 가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조화롭게 살아가는 ‘우리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환경오염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의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환경전문가들은 발우공양을 ‘대전환의 단초’로 주목한다. 생활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음식쓰레기인데, 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면 가정·국가·세계가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 중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 채소류가 전체의 29%이며, 버려지는 양은 8백만 톤이 된다. 다 먹지 못하고 그대로 버려지는 음식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7~8조 원이 된다고 한다.
가정의 과소비 풍조는 음식쓰레기들을 다량배출하게 만들고 있으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지되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가정의 과소비풍토는 “음식은 남길 만큼 많이 해야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다”는 잘못된 관습에서 찾을 수 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잔칫상을 마련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가정풍습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등 가난한 나라 의 어린이들을 포함하여 1년에 4천만 내지 6천명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 인식과 실천이 상반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은 우리들이 아직도 탐·진·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재물을 남보다 하나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 때문에 이웃의 굶주림에 자비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리석음이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10개가 죽는다고 연기적 사고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이 파괴되면 사회가 혼란해지고 사회가 혼란하면 가정과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고 싶은 만큼 적당한 분량의 밥과 반찬을 덜어 먹고, 쌀 한 톨 물 한 방울 남김이 없이 그릇까지 깨끗이 닦는 발우공양은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정에서 시급히 먼저 시행할 식생활 법이다. 안타깝게도 이 발우공양을 불자와 사찰들조차 실천하지 않고 있다.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이 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에 맞게 변형 한다면 발우공양은 미래의 자연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가정의 환경지침이 될 것이다.

편집실/

제인 구달 박사와 발우공양

2006년 11월 한국불교계는 소중한 손님을 맞았다. 침팬지 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제인 구달(J. Goodall) 박사다. 그녀는 『희망의 밥상』이라는 책을 들고 와 새로운 생태적 삶으로써 ‘발우공양’에 주목했다.
화계사 대적광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인간의 식탐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한 제인 구달 박사는 “무엇보다 현대인의 이기심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그러나 억누를 수 없는 휴머니즘, 그리고 불교적 생태철학이 있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제인 구달 박사에 따르는 마구 먹고 버리는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와 동물들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유기농 식사를 하고 적게 먹고 음식을 남기지 말아 자연과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인 구달 박사이 지적한 ‘불교적 생태철학’, ‘환경 보존의 방법’이란 바로 ‘발우공양’이며, 자신이 펴고 있는 ‘먹는 문화운동-희망의 밥상’이 그것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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