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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물 18물’은 스님들이 걸망 속에 갖고 다니거나 최소한의 소유가 허락된 물건들. 기획전 쇼-케이스(show case)에는 승단이 소유를 허락한 세 종류의 옷[三衣]과 발우, 양치용 나뭇가지인 양지, 녹두나 팥 따위를 갈아 만든 가루비누 조두, 석장, 물병, 머리 깎을 때 쓰는 칼, 불·보살상과 경전 등 다양한 승물들이 실물로 전시됐다.
이들 가운데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는 것은 단연 발우(鉢盂). 발우란 ‘스님들의 밥그릇’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밥그릇이 아니라 탁발에 의지하고 무소유로 구도정진하는 수행자를 표현하는 승물이다. 중국 선종 초기에는 전법의 증표이기도 했고, 태국을 비롯한 남방의 불교 국가에서는 탁발에 의지해 수행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는 구하(1872~1965)·석주(1909~2004) 스님 등이 생전에 쓰던 발우 뿐 아니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철발우, 링린포체의 목발우, 캄보디아 불교지도자 텝봉 스님의 철발우, 미얀마불교종정 우꾸마라 스님의 철발우 등 국내외 고승들의 발우 100여점이 선보여졌다. 목발우 내부의 긁힌 자국과 철발우를 감싼 해진 보자기는 세월의 풍상으로 물질[형상]은 헤어지지만 그 정신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해준다.
또한 이번 기획전은 한국과는 다른 해외 불교국가의 발우를 비교·검토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주었다. 우리나라 스님들이 어시발우(밥을 담는 큰 발우), 1분자(국 발우), 2분자(반찬 발우), 3분자(청수 발우) 등 4개 1조로 돼 있는 목발우를 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인도나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 재세시처럼 하나의 큰 발우를 쓰며 대부분 철(鐵)발우이거나 패엽(貝葉)발우, 금발우, 도자발우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된 발우들은 이번 기획전을 주도한 지명 스님(몽운사 주지)이 서원에 찬 ‘발품’과 지인들의 ‘수고로움’ 그리고 국내·외 고승들의 신심어린 ‘희사’로 수집됐다.
지명 스님은 “해인사 강원을 다니던 시절 사용하던 발우에 금이 간 일이 있었는데 한 스님이 준 옹기로 된 발우를 조심스레 사용하면서 자연히 발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삼의일발(三衣一鉢)의 정신은 수행자의 모습과 사찰 경제의 상징이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많은 깨우침을 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닥종이와 도자기 인형 100점으로 재현된 발우공양 모습도 관심을 끌었고, 가사· 불감·죽비 등의 승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선화의 대가로 손꼽히는 수안 스님의 그림 120여점, 설봉 스님의 도자에 수안 스님의 그림을 담은 도자기 100여점, 도예 명장 천한봉 작가와 무형문화재 김정옥 작가의 사발과 다기세트 등도 전시돼, 기획전을 찾아온 사부대중의 신심을 다잡았다.
법사·스님 초청 소참법문도 함께 들을 수 있다. 기획전 초입에는 소참법문장도 마련되어 조계종 교육원장 청화 스님, 포교원장 혜총 스님, 도선사 주지 선묵 스님,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 통도사 전계대화상 혜남 스님, 능인선원장 지광 스님,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등 20여명의 스님들의 감로수 법문도 들을 수 있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