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종(禪宗)의 뿌리가 되는 중국의 초조 달마 등 6대 조사는 물론 간화선 주창자 대혜종고 선사가 주석했던 선종 사찰을 돌아보면 당우 외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 선사들의 체취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후대에 중건한 사찰에서 그들이 살았을 리 만무하다. 후대에 중건한 사찰이라도 만약, 발우 하나 옷 한 벌이라도 남았더라면 분명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 않을까. 이는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4월 13일까지 열리는 ‘세상을 담는 그릇-발우’展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14개국 발우 100여점과 ‘승물 18물’ 30여점, 선서화 257점과 도자 115점 등을 선보인 기획전은 지명 스님(몽운사 주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장이다. 지명 스님은 불국사 선원 등 여러 선원에서 선(禪) 수행을 하면서 발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주변에 부탁해 발우와 관련 자료를 꾸준히 모았다.
이번 기획전은 ‘한마디’로 발우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물론 올바른 발우공양 방법까지 세세히 알려주는 지침서이다. 또 발우의 지침서답게 발우의 유래, 재질과 구성, 발우로 전해진 불법 이야기도 엿보게 한다.
한편으론 발우를 보며, 모든 생명과 인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한없는 하심(下心)의 자세, 음식을 절제하고 함부로 낭비하지 않고, 음식을 통해서 탐욕을 제거하는 정신 등 불교 환경·생태적 사상을 체득하게 한다.
기획전 관람객들은 쇼-케이스(show case)를 바라보며 무욕의 상징이자 전법의 신표인 ‘발우’에 눈을 떼지 못했고, 깨달음과 무소유의 세계가 응축된 승물과 선서화에 탄성을 자아냈다.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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