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화(炬火)’ 선창에 연화대에 불이 붙는다. 스님과 신도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세요.” 다비식의 법문이다.

울음으로 태어나 생을 마칠 때까지 삶과 죽음은 나누어져 보이지만, 불교에서는 둘이 아닌 것으로 본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는 생과 사가 둘이 아님을 알리는 마지막 법문이다. 지수화풍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스님들은 죽어서도 큰 가르침으로 남긴다.

임윤수의 《스님, 불 들어갑니다》는 석주·서옹·숭산·서암·청화·지안·정일·혜산·법장·정천·정공·원담·명안 스님 등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열반한 이 시대 대표 선승 17명의 다비식장 풍경을 평소의 수행생활기와 사진 150여 장과 함께 정리한 보고서이다.

“그냥 그 노장 그렇게 살다 갔다고 해라.(조계종 8대 종정 서암 스님)” “은혜를 갚는 것은 작은 시내 같음을 한스러워할 뿐이네.(청화 스님 임종게)”

다비식은 가신 ‘님’에 대한 남은 자들의 의식이다. 그 의식에서 우리가 접하는 살아있는 법문은 임종게가 아닐까? 스님들은 가시면서도 우리들이 걱정이었나 보다. 하지만 스님들이 남긴 임종게는 결국 말이 없는 법문이 그 실체가 아닐런지. 제자들이 물었다. “열반송은 어떻게 할까요?” 스님은 말했다. “그런 거 없다고 해라.” 다시 묻는 제자들에게 스님은 그렇게 읊조렸다. “그 노장 스렇게 살다가 갔다고 해라.”

임윤수의 《스님, 불 들어갑니다》는 같은 듯 다른 다비식장의 풍경을 꼼꼼히 읽었다. 나무와 숯 가마니 등으로 화장장을 만들고, 관을 올혀 거화하고, 뼈를 수습하고 마지막으로 재를 날리는 산골까지 같은 줄 알았던 다비식을 사찰과 문중에 따라 제각각인 것을 찾아내 그대로 옮겼다.

임윤수/불광출판사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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