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8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우리는 차분한 마음으로 지난 해를 돌아보고 희망의 새해를 활짝 열어야 한다. 점검과 성찰, 전진과 도약은 해마다 되뇌는 우리의 과거이지만 나아가 꼭 풀어나가야 할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세계 인류는 새로운 문화를 꾸준히 창출해 가면서 아울러 새로운 인식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인류의 열망과 바람이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바뀌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사회는 항상 대립과 갈등을 안고 있다. 다자(多者)사회의 딜레마도 여전히 품어 안은 채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해가 바뀌는 현 시점에서 문화에 대한 인식이 향후 인류의 행복한 삶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난 해 한류스타들이 세계를 무대로 맹위를 떨쳤다. 특히 춤과 노래는 오히려 유럽과 미주 등 선진국가에까지 깊숙이 침투하며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실제로 문화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크다. 정부는 이를 충분히 인식한 듯 인문학과 전통문화를 문화의 기초체력이라고 정의하고 나섰다. 특히 우리의 가치를 담고 있는 전통문화는 수많은 콘텐츠의 원형이 숨어있는 문화산업의 보고(寶庫)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불교는 미래의 산업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불교엔 우리 민족의 천년문화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통사찰은 어느 곳이든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안고 있다. 이것이 자원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난 해 정부는 문화가 있는 삶 8대 과제를 발표했다. 8대 과제란 첫째, 인문학 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인문정신의 가치 정립과 확산이다. 둘째, 전통문화의 생활화와 현대적 접목 대책 추진이다. 셋째, 지역문화 커뮤니티 활동 체계화 등 생활 속 문화 확산이다. 넷째, 지역협력형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규모 확대 등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다. 다섯째, 기초예술 창작지원 확대 및 예술인 복지확대 등 예술 진흥 선순환 생태계 형성이다. 여섯째, 문화와 IT 기술의 문화융합을 통한 창의 문화산업의 방향성 제시다. 일곱째, 세계문화정상회의 개최 등 국내외 문화적 가치확산 사업 추진이다. 여덟째, 세계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을 국민통합의 구심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불교계는 이러한 정부 문화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문화나 지역문화나 혹은 인문학이나 불교와 떼어 놓고 논의될 성질의 것은 없다.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설정해 놓고 올해 국민여론 및 문화생태환경조사, 전국 문화시설 운영실태 조사, 소외계층 문화향유현장 조사 등을 추진하는 등 문화융성 장기정책을 구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불교계는 여기에 깊은 참여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대의 수많은 문화예술가들은 불교를 통해 소통하려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구사회에서도 불교는 이미 신비롭거나 흥미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상층사회와 지식층은 물론 중간계급까지 불교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고급문화를 대변하는 현대미술에서조차 선센터를 찾거나 불교서적을 탐구하고 명상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생활패턴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증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는 문화를 단순히 ‘옛것’에만 맞춰 내세우려 한다. 당연히 싸구려로 취급되거나 외면당하기 일쑤다. 일례로 왜 불교음악으로 오페라를 만들어내지 않는가? 이야기가 부족해서인가? 아닐 것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활용 의식이 부족해서다. 갑오년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달마의 그림도 선보여지길 기대한다. 문화는 시대정신의 반영이다. 문화예술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메시지다. 불교문화가 향후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날을 기대한다.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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