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께서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백양사 도박 사건과 총무원장 관련 갖가지 추문들, 적광 스님 폭행, 조계종 술판, 불승종 폭력사태로 인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정도로 안녕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고질적, 구조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조선조 억불숭유로 인한 스님들의 사회적 위상 저하와 일제불교-이승만의 정화유시-비구ㆍ대처 분규가 그 원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예나 지금이나 스님들이 못났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지역불교의 중심인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면면을 보십시오. 과연 지역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스님이 몇 분이나 계십니까? 그들 가운데 수행과 포교의 업적으로 교구장이 된 스님은 또 몇 분입니까. 상당수가 ‘세력’과 ‘정치’를 통해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거 모르십니까.

본사 주지는 행정을 하는 자리니까 그렇다 치고 종단의 원로 스님들을 보십시오. “상당수가 자격미달”이라는 지적을 누가 부인할 수 있습니까. 종정 스님은 ‘최고 존엄’이므로 그냥 놔두고, 총무원장은 여러 번 언급했으니 생략하지요. 이게 한국불교와 조계종의 현실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이런데도 우리가 미래를 대비하고 다른 종교와 경쟁할 수 있습니까?

지금의 스님들이 못난 것이 역사의 산물이라면, 미래의 스님들도 그럴 것입니다. 현재를 인(因)으로 삼아 얻는 과(果)이기 때문이지요. 생각하면 정말 암담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저를 더 절망케 하는 것은 바로 이겁니다. 처음으로 안녕한지 물었던 대학생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노동자들이 직위해제된 것을 걱정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가 국가기관이 개입한 부정선거였다는 것과, 밀양 송전탑ㆍ해고노동자ㆍ비정규직ㆍ청소년자살을 언급하면서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고 묻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도 화답하지 않았습니다. 정녕 우리에게 자비심이 있습니까, 중생구제의 원력이 있습니까? 젊은 친구에게 부끄러워서, 국민에게 부끄러워서,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스님들께서는 안녕들 하십니까!

한북스님/본지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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