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새해가 밝으니 곳곳에 희망의 물결이 가득합니다.

눈 덮인 산에 이는 활연한 바람과 납월(臘月)의 모진 추위는 아직 결기를 부리지만 금풍에 씻기던 암자의 매화가지는 벌써 봄빛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옛 조사 스님의 말씀에 ‘춘색무고하 화지자장단(春色無高下 花枝自長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봄빛은 높고 낮은 것이 없이 두루 비추건만, 꽃가지는 스스로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란 뜻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기를 염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치 평등한 봄빛에도 길고 짧은 꽃가지가 생겨나듯이 온갖 번뇌에 스스로 묶여 괴로움에 빠져들게 됩니다.

천만 불자 여러분

참된 행복이란 밖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지혜와 덕성을 고루 갖춘 자기의 본래 모습이 있음을 자각하고 ‘천지와 나는 같은 뿌리요, 만물은 나와 한 몸’이라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을 일으킬 때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

번뇌와 망상이 곧 반야(般若)와 열반(涅槃)이며 봄빛 아래 길고 짧음의 차별성 또한 그대로 법신(法身)의 작용이요, 응화(應化)인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한 마음 그대로를 옳게 보았을 때 지옥과 극락이 따로 없고 생사와 해탈이 두 말이 아님을 알 것입니다.

동지섣달 추위를 뚫고 납매(臘梅)가 먼저 갑오년의 꽃소식을 전합니다.

금년 한 해는 활발발(活潑潑)한 청마의 기운처럼 천만 불자 모두가 오고 감이 없는 기용(機用)속에 평등과 차별을 뛰어넘어 근본의 자리로 귀일(歸一)하시기를 축원 드리며, 나라가 부강하고 문화가 융성하여 국민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 합니다.

불기 2558년 갑오년 새해 아침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혜 초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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