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7년 계사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해도 애환이 교차하고 곡절이 많았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의 준비이자 힘찬 도약의 발판이다. 인간은 제각각 천태만상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인간 삶의 양태는 반면교사로도 작용한다.

올해는 새로운 지도자의 출범으로 희망차게 출발했다. 국가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 체제의 새정부가 만들어져 통합과 소통을 국민적 과제로 내세웠다. 교계도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의 빅4 종단에서 새로운 지도자를 맞았다. 저마다 한국불교의 중흥과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선언 아래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글로벌 시대에서 국제구호개발을 목표로 하는 NGO 활동이 두드러진 것도 올해의 한 특색이었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이 이끄는 ‘아름다운동행’은 아프리카 지역에 농업고등학교 건립을 목표로 낙후된 지역의 구호활동을 세계에 알렸다. 또한 ‘지구촌공생회’를 비롯해 ‘더 프라미스’와 ‘천호희망재단’ ‘JTS’ 등은 해를 거듭할수록 활동영역 및 분야를 확대하며 국제구호사업에 열중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어린이를 위한 교육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구촌공생회’ ‘더프라미스’ ‘천호희망재단’은 라오스 캄보디아 스리랑카 베트남 등지에 청소년을 위한 학교건립과 학용품 지원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이 가운데 식수로 고통받고 있는 캄보디아 국민들에게 우물파주기 운동을 펼쳐 올해로 2,000기를 이룩한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은 한국불교진흥원이 주최하는 대원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적으로는 복지활동도 활발히 펼쳐졌다. 각 지역별로 고루 안배돼 있는 복지단체들은 저마다 봉사단을 꾸려 소외되거나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불우가정에 생필품을 전하는 등 자비나누기로 주위의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자비나누기는 연말을 맞아 더 활발해지고 있다. 김장김치를 나누거나 연탄 지원 등 겨울나기 월동장비를 지원하는 내용은 과거에 비해 훨씬 확대되고 다양해졌다. 말 그대로 종교단체의 순수한 정신과 열정이 이웃에게 자연스레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따뜻하고 훈훈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불교의 장자종단이라 할 조계종은 여전히 출가승려의 범계 문제로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지난 해 백양사 도박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 다시 종단 고위직 승려의 상습도박의혹이 폭로되었고 주요언론매체와 방송 등에서 이를 보도하는 등 교계 위상이 크게 실추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조계종단 연수원이라 할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일부 승려들의 밤샘 술판 사건도 터져 나왔다. 불자들이 ‘창피해서 절에 못 다니겠다’고 푸념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어느덧 계사년 한 해도 저물고 있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만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 오히려 다사다난한 지나 온 일을 우리는 냉철히 점검하고 성찰해야 한다. 불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자자와 포살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계의 주요단체들은 연말을 맞아 이런 저런 내용으로 송년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송년법회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내용이 바로 자자와 포살이다. 자자와 포살은 점검을 통한 반성과 새로운 자기다짐을 하기 위한 의식이다. 부처님께서는 재세 당시에 항상 안거 후 이러한 자자와 포살을 행함으로써 승가공동체의 청정과 건강한 교단을 유지하셨다.

한 해의 마무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성찰을 통한 내일의 준비가 도약과 발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언제나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교계를 꾸려나가는 일은 얼마나 스스로를 잘 돌아보고 내일을 잘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자와 포살은 그 해답이다. 송년의식은 자자와 포살로 회향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내년 갑오년을 희망차게 맞이하길 다짐하자.

불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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