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는데 어느 호텔 기공식에 스님 한 분이 설핏 비치는 거야. 그래서 누군가 하고 보았더니 종정스님이더라고! 거기 왜 가셨는지 몰라.”

어느 스님이 이렇게 말하기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종정스님이 부산 한 건물 기공식에 참석하여 축사하고 삽질을 한 게 맞았다. 종정 스님의 홈페이지에는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 조성 기공식 종정법어’라는 이름으로 그 내용이 올려져 있었다.

종정스님은 그 자리에서 “한국의 관문인 이곳 부산과 세계적인 명소로 도약한 이곳 해운대의 발전은 앞으로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강국이 되고 남북이 통일이 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귀중한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자신의 스승 향곡대선사가 하신 말씀이라며 “저 바닷가에 고층건물이 들어서 해운대 앞바다를 가려가는 때에 금빛 사자가 출현하여 크게 포효할 것이니 그 영화가 세계에 널리 퍼져 만인을 복되게 하리라”는 내용을 그 근거로 들었다. 특정 지역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찬양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건 두 번째 문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종정스님의 이런 행보가 언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데 있다. 중앙지로는 <세계일보>에서 축사의 내용을 언급했을 뿐 주요 일간지와 방송은 물론, 불교언론 조차 보도하지 않았다.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종정’이 어떤 자리인가? 한국불교 1600년 역사가 응축된 숭고한 자리 아닌가. 그래서 조계종 종헌 제19조에 “종정은 본종의 신성(神聖)을 상징하며 종통(宗統)을 승계하는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지위에 있는 스님이 아무리 의미가 있다한들 일개 상업건물 기공식에 참석해서야 되겠는가. 그런 자리엔 안 가도 그만이지만, 꼭 가야 한다면 본사주지나 부장급 정도면 족할 것이다.

총무원장 도박의혹이 <신동아>에 실렸을 때도, 적광스님이 조계종 청사로 끌려가 피 터지게 두들겨 맞았을 때도 종정스님은 진상규명을 지시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런 문제까지 침묵했으면 다른 문제엔 나서지 말아야 한다. 종정예경실은 뭐하나?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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