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지난 10월 29일 제34대 총무원 집행부의 첫 부실장과 국장을 임명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일단 안정적 궤도에 들어갔다.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무리가 없다면 2~3년 정도는 큰 잡음 없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선거가 가까워지면 또다시 크나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고 수많은 불자들이 불교와 조계종을 등지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간접선거는 부정이 개입될 소지도 많고,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므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

조계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종단권력의 분산이다. 불교가 수행자 집단인 만큼 수행과 포교와 교육을 종단의 정책의 중심에 두고 총무원은 행정지원만 하게 해야 한다. 또 다른 권력의 축인 종회는 대폭 축소하여 행정부 내부로 흡수하고 소수의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관계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게 하면 충분할 것이다.

‘불교 생존론’을 발표한 법응스님의 지적대로 종단은 총무원장의 사상, 철학, 인품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된다. 어떻게 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총무원장은 종단권력이 집중된 한국불교계의 ‘대표선수’이고 국민들의 시선이 모이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선출방법은 존경받을 만한 스님이 등장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자금력과 조직력을 틀어쥔 쪽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까닭이다.

그래서 총무원장 선출은 직선제가 좋겠다. 2600년 전의 승가에서 형성된 율장을 오늘날 한국의 승가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직선제는 현전승가 전원이 갈마에 참석했던 율장정신을 따르는 것이기도 하고 종도들의 뜻과 국민정서를 반영할 가능성도 더 높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가톨릭의 콘클라베(conclaveㆍ추기경단 비밀투표회의)를 참고하여 본사주지들이 선출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옛말에 세 명이 모이면 문수의 지혜를 능가한다고 했다. 지금부터 이마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종단의 권력구조가 바뀌지 않고 4년 주기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조계종의 미래는 물론 한국불교의 미래도 없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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