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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찌 두렵지 아니한가
2013년 10월 17일 (목) 10:08:17 한북스님 .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나는 자승스님이 되지 않길 바랐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보선스님을 크게 이겼다. 나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곰곰이 선거 결과를 곱씹어 보았다.

179명이나 되는 스님들이 그를 지지한 이유가 뭘까. 우선 막판 최대변수였던 보선스님의 승적 문제를 꼽을 수 있겠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설령 보선 스님에게 그런 허물이 있다 한들 자승스님의 허물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승스님을 지지했다는 어느 도반은 선거가 끝난 후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보선스님 주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후보를 추대하고 뒤에서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그건 양측이 다 똑같다.” 어차피 총무원장 혼자 종단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변 인물이 중요한데 그게 양쪽이 마찬가지여서 자승스님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총무원장이 불교계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그의 말은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혹시 179명이 그를 찍은 까닭이 항간에 떠도는 말대로 혹시 각 문중과 각 계파에 주어진 이권과 자금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승스님은 당선 직후 인사말을 통해 “과거의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사회와 국민 앞에 더욱 다가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는 기득권 유지를 최상의 목표로 삼는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과거의 낡은 관행을 과감히 버리자고 요구할 수 있을까.

내 도반은 선거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나를 향해 “이왕 뽑혀진 걸 가지고 더 이야기해서 뭐하겠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자승스님은 당선 직후의 인사말을 통해 “원융화합의 큰 강물로 다시 만나 한국불교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게 회피나 원융화합이라는 고상한 말로 덮어버릴 수 있는 사안인가.

이번 선거인단은 국민의 일반적 정서를 외면한 결과를 내놨고, 양식 있는 불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후대의 역사학자들은 오늘날 불교계의 타락과 몰락을 설명하면서 자승스님을 언급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뽑은 오늘날의 승가도 엄정하게 기록할 것이다. 이 어찌 두렵지 아니한가.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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