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있었다.
아무도 우리의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여기지 않았다.

240km의 구도길, 순례축제를 표명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4대 종교(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의 상생과 화합을 모색하고자 했던 제2회 순례대회가 불교의 최종 불참으로 그 의미는 유명무실해졌다. 축제 마지막 날인 5일, 순례포럼과 폐막식에만 참석해 달라던 조직위원회와 전북도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불교 측 조직위는 해외초청인사인 장춥체덴 켄린포체(Jangchup Choeden Khen Rinpoche, 가덴샬체사원 사원장, 48)의 참석을 전면 통제하면서 불교의 참여 없이 순례대회는 마감됐다.

불교 조직위와 축제 집행위 그리고 전북도청의 관계가 엇박자로 얽힌 것은 지난 7월25일 지역신문을 통해 기사화된 편향적 예산 집행 이후였다. 전주시의 종교예산 편성에 있어 불교 측에는 동고사와 남고사 절의 유지보수비만 받은 것에 반해, 천주교에는 평화의 전당 건립비 380억과 기독교 근대선교기념관 125억이 책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불교는 예산 집행의 전면 백지화를 들고 일어섰다. 더불어 이번 순례대회가 이러한 종교예산 편향의 근거를 제공한다고 여기면서 행사 전면 불참을 선언하게 된 것.

그러나 순례대회 집행위원회(위원장 김수곤)의 입장은 달랐다. 순례대회와 종교예산 편성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초지일관 밝혔다. 때문에 불교 해외인사 초청을 추진한 입장에서 전주 불교 측과의 진통에도 불구하고 켄린포체의 한국 방문을 위한 비자 발급과 순례 포럼의 발제 원고를 번역 인쇄하는 등의 과정을 추진시킨 것은 오직 이해의 문제에서 순례 마지막 날까지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싶은 의도였음을 해명했다.

▲ 켄린포체는, 한국방문 마지막 날 금산사 포교당인 전북불교회관에서 ‘티베트불교문화’를 주제로 법문을 열었다. 2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해 마정수기를 받았다.

켄린포체는 전주에 도착해 불교 측 조직위의 의전을 받았다. 이어서 김제 금산사, 군산 은적사, 완주 송광사를 참배했다. 전주 일정 마지막 날에는 전북불교회관에서 ‘티베트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법문과 마정수기 법회를 이어 봉행한 뒤 다음 날 미국법회 일정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

세계순례대회가 전라북도에서 개최되는 것에 대해 불교 관계자들 내부에서도 그 입장과 시각에 있어 극과 극의 상황을 보였다. 순례대회 개최에 있어 긍정의 입장을 보이는 송광사 회주 도영스님은 행사가 이해의 차원으로 진행되기를 바랐다. 반면 지난 9월25일 금산사 주지의 소임을 끝낸 원행스님은 10일 조계종 총무원장선거 관련 소임으로 인해 사실상 순례대회와는 연관이 없어졌다. 금산사 신임 주지로 임명받은 성우스님은 순례대회 개최에 대해 “1천년의 역사를 머금은 전주 불교가 이제 갓 200년도 안된 천주교 개신교와 어울리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향후 세계순례대회의 조직위 구성에 있어서 불교 측에서의 전면적인 조직위 개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금산사 대적광전에서 부처님을 참배하는 켄린포체. 꽃 공양을 대신해 하얀 카따를 올리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첫 방문한 켄린포체는 순례포럼 참석 여부에 대해 “석가모니 붓다의 법에 위배가 되는 일이 축제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면 본인은 불법의 제자로서 대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불교 측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순례대회와 전라북도의 행정이 붓다의 법을 과연 거스르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파악이다. 편향된 이익의 배정에 있어서 불교는 과연 적정한 시기에 근거 제시를 하였는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불교 조직위는 해당 관련의 입장 표명에 있어서 과연 붓다의 법을 위시하여 이번 상황을 판단해 가고 있는가를 면밀히 검토해할 것이다. 그 이유는 종교의 상생과 화합을 도모하는 차기 순례대회는 열릴 것이며 반드시 열려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 가연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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