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선거가 2강3약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2강으로 분류되는 자승스님과 보선스님 선거대책위원회에서는 선거일을 앞두고 막판 세규합에 진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상대 후보진영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히 선거전 중앙종회 임시회 개원과 관련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등원’과 ‘불참’을 선대위 입장에 따라 규정해 놓고 대립하고 있는 양태다. 감정적 대립 등 여차하면 과열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2강 선대위는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2강 선대위는 현재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우세를 홍보하고 있다. 각 교구본사 선거인단 명단을 보며 일일이 피아의 관계를 분석하고 표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선거국면을 바라보며 벌써부터 선거 이후를 걱정하는 소리들도 들려온다. 과연 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염려다. 죽기 살기로 패를 나누어 선거에 ‘올 인’하는 모습이 뒷 날 감당키 어려운 부작용과 후폭풍을 몰고 오는 게 아니냐는 염려가 절대 기우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선거 구도는 패자에게 너무 가혹한 절망감과 패배감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선거를 무시할 수는 없다. 종헌종법이 엄중하게 지켜져야 종단의 질서가 확고히 바로 잡히고 적법하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종단의 미래와 운명을 가르는 결정권은 320명의 선거인단에게 주어졌다. 무엇보다 320명의 선거인단은 문중과 계파와 이권에 따라 표를 주는 행위는 절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그 한 표가 우리 종단의 미래를 거머쥐고 있고 종도들의 희망이 배어있는 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인식하여 공심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내년은 1994년 개혁종단이 들어선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도박과 폭력 그리고 은처 문제 등 해묵은 범계문제로 갈등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한다. 아무런 이익도 실효도 주지 않는 소모적 요소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종단이 건강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제도개혁과 청정승가 공동체 건설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총무원장 선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각 계파의 이해타산에 따른 후보 추대로 실상 개혁인사의 출마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3약 후보들의 공약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 그들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로 등록해 목소리를 높이는지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종단 경륜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 후보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종단 사각지대의 대변인일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러한 각 후보의 목소리를 담아 향후 당선자가 종단운영에 참조하거나 반영한다면 더 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선거인단은 이러한 기류를 형성하고 이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본사 지침에 따라 이미 표가 정해져 있다면 이를 과감히 털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종도들로부터 환영받고 종단 역사를 거스르는 죄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변화와 안주의 대결로 압축된다고 볼 수 있다. 너도 나도 종책을 말하지만 기실 기득권을 유지해 나가는 방편에 불과하다. 선거인단의 선택이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종단에 변화를 부를 수 있는 시스템에 투표해 달라는 주문이다.

-불교저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