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품에서는 우리가 의지해야 할 부처님 가르침 중에서 정도(正道)와 사도(邪道)를 밝혀서 올바른 열반에 가는 길을 제시한다. 사도란 마(魔)가 행하는 일체악행으로, 삿된 속세의 행, 삿된 편벽된 행, 삿된 점교행[邪漸]을 가리킨다. 곧 악도로부터 육도윤회를 초래하는 번뇌의 업행, 열반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치우친 가르침을 말한다.

정도란 바른 성인의 도[聖道]를 말한다. 이러한 사도(邪道)를 행하지 않는 바른 사실단의 행을 말한다. 곧 삿된 악행을 멀리하고 선근을 얻게 하는 세계실단행, 근기에 맞추어 삿된 속세의 업을 맑게 하는 위인실단행, 삿되고 편벽된 생사를 파하고 열반에 들게 하는 대치실단행, 삿된 점교가 곧 상주의 도임을 깨우치는 제일의실단행을 말한다.

이 품의 중요한 내용은 첫째 간략히 정도와 사도를 밝히고, 둘째 자세히 정도와 사도를 밝히며, 셋째 불성, 허물을 지음, 음행과 경율의 가르침에 대한 논의로 되어 있다.

Ⅰ. 간략히 정도와 사도를 밝히면, 앞의 품에서 말한 우리가 의지해야 할 네 가지 정도가 있다. 곧 첫째는 여래의 대열반법에 의지함이며, 둘째는 깨달음의 이치에 의지하고 삿된 말에 의지하지 않으며, 셋째 여래가 곧 법신인줄 아는 지혜에 의지하고 방편으로 이루어진 식(識)에 의지하지 말아야 하며, 보살의 진실한 지혜를 말한 요의경에 의지하고 성문승과 같은 불요의경에 의지하지 않음이다. 의지하지 말아야할 사도는 삿된 삼보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마(魔)는 곧 삿된 부처이고, 마가 설한 법은 삿된 법이며, 마가 말한 경전과 계율을 수지하는 자는 삿된 승단이 된다.

Ⅱ. 자세히 사도와 정도를 밝히는 데에는 불신(佛身), 계법(戒法), 불덕(佛德), 경율, 죄복(罪福)의 혼란에서 바르고 삿됨을 가린다. 바른 이해는 여래의 말씀으로 이를 따르는 것은 보살이며 정도이고, 잘못 이해한 것은 마군의 이야기로 사도이다.

첫째, 불신(佛身)에서는 부처의 태어남, 세상에 나서 시방으로 일곱 걸음 걸은 것, 부왕이 태자를 데리고 천신의 사당에 들어간 일, 태자로 있을 때 아내를 맞은 일에 대한 혼란이다. 보살이 옛날 도솔천에서 가필라성 정반왕가에 태어날 때 부모의 애욕으로 접촉하여 낳아 기른 것이요, 옛적 고행할 때 머리와 눈 내지 나라와 처자까지 보시한 공덕으로 지금에 불도를 이루었다고 말을 한 경전이나 계율은 모두 마군의 글이다. 여래는 이전에 벌써 불도를 이루었지만 일부러 성불을 보이는 것이며, 중생을 제도하고자 부모의 애욕으로 인하여 태어남이니 세상의 이치를 따르기 위하여 이렇게 태어난다는 말을 따르면 이는 보살이다. 세상에 태어나 일곱 걸음 걸은 것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이는 마군의 말이 되며, 이는 여래의 방편으로 보인 것이라고 말하면 이는 여래가 말씀한 경 율이라고 한다. 태자가 사당에 들어갔을 때 천신들이 내려와 예경하였다는 데에 대해서 천신이 먼저 났고 부처님이 나중에 났는데 어찌 천신이 부처님을 예경했겠느냐고 하면 파순의 말인 줄을 알 것이요, 부처님이 사당에 갔을 때 천신들이 합장 예경하였다고 하면 이런 경 율은 부처님의 말씀으로 이를 따르는 것이 보살이라 한다. 태자가 빈을 들인 것이 음욕으로 말미암아 오욕을 즐기며 기뻐했다고 하면 이런 경과 율은 마군의 말이 되며, 33천의 오욕락을 버렸고 출가하여 도를 닦았는데 하물며 인간의 오욕락이겠느냐고 하여, 이미 오래 전에 탐욕과 처자의 생각을 여의었다고 하면 이는 부처님 말씀이고 이를 따르면 보살이라 한다.

둘째, 계법에서의 혼란이란 부처님이 사위성 기타정사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종 하인 소 양 코끼리 말 등과 금 은 유리 등 보배들을 받아 두라고 허락하였고, 밭갈고 장사하고 곡식을 쌓아두는 일을 부처님이 자비심으로 중생을 사랑하여 허락하였다고 하면 이런 경 율은 모두 마군의 말이다. 부처님께서 이런 재물을 받아두지 말라 하였고, 사람을 의혹하게 하는 주술과 여러 가지 재주부리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였으며, 내지 부정한 곳에 출입하는 사람은 비구들 속에 섞이지 못하게 하는 일 등 이런 경과 율을 제정한 것은 모두 부처님의 말이고 이를 따름은 보살이라 한다.

셋째, 불덕(佛德)에 대한 혼란이란 보살이 천신의 사당에 들어간 것이 공양하기 위함이고 조복하기 위함이라고 하거나, 외도의 법에 들어가서 그의 위의와 문장과 기예를 알지 못하여 하인들의 투쟁을 잘 화합시키지 못하며, 남녀 국왕 등의 공경을 받지 못한다고 하거나, 나쁜 소견을 가진 무리에 애착을 내는 등이 여래라고 한다면 이런 경과 율은 마군의 말인 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이런 방편을 행하여 세상의 법을 따른다고 하면 이러한 경과 율은 여래의 말씀이요, 이를 따르는 이는 대보살이다.

넷째, 경율에 대한 혼란이다. 만일 여래께서 나에게 경과 율을 해석할 때에 나쁜 법 중에서 가볍고 무거운 죄와 투란차의 성질이 중대한 것은 우리 율문에서 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당초부터 방등경전이라고는 한 구절 한 글자도 듣지 못하였으며, 여래가 말씀한 한량없는 경과 율에 방등경이 어디 있느냐고 하면 죄를 짓는 일이다. 경율을 제정한 것은 나를 위하여 욕심을 적게하고 만족함을 알게 하였고, 번뇌를 끊고 지혜와 열반의 좋은 법의 인연을 짓게 하기 위함이었으며, 중생을 제도하려고 방등경을 설하였다고 하면 이런 사람은 진정한 부처의 제자라고 하였다. 이러하지 않은 경율은 마군의 사도이고 부처의 말씀을 따르는 이는 보살이며 정도이다.

다섯째, 죄복(罪福)의 혼란이다. 만일 바라이죄를 범하지 않았는데 뭇 사람들이 모두 바라이죄를 범하였다고 한다면 이는 실상 범한 것이 아니요, 스스로 지나가는 법을 얻고는 스스로 도과를 얻었다고 하면 이는 바라이죄가 된다.

Ⅲ. 불성, 허물을 지음, 음행과 경율의 가르침에 대한 논의로 사도와 정도를 가림이다.

첫째, 불성에 대한 논의이다. 어떤 비구가 부처님의 비밀스럽고 깊은 경전을 설하고,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으며, 이 불성이 있으므로 한량없는 백천의 번뇌를 끊고 아뇩보리를 이루되 일천제는 제한다고 하면, 실제 모든 사람이 불성이 있다고 할 수는 있으나 부처가 되고 안 되는 것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불성이 있어서 부처를 이룰 것이라고 하는 것은 바라이죄를 물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 부처님은 일천제가 아니라면 부처가 될 것은 의심할 것이 없어서 부처도 80억겁 전에 위없는 법장을 닦으면서 불성이 있는 줄을 알았으므로 아뇩보리를 이루어 부처가 되었기 때문에 바라이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이 설하는 경율은 부처님의 말씀이고 이를 따르지 못하면 이는 마군의 권속이 된다고 한다.

둘째, 허물을 짓는 법[過人法]에 대한 논의이다. 어떤 비구가 이익과 음식을 위하여 아첨과 간사한 말로 꾸미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참된 비구인 것처럼 보이게 하여 점잔을 빼고 아라한인 양 흉내 내어 많은 이익과 명예를 얻게 되면 과인법이 되고, 위없는 바른 법을 세우기 위하여 고요한 곳에서 수행하되 아라한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에게 신심을 나도록 하고 계행을 가지게 하며 방등의 대승법으로 교화하여 중생을 해탈케 하면 과인법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셋째, 음행과 경율의 가르침에 대한 논의이다. 꿈에 음행을 하였으면 깨어서 참회해야 하며, 음욕을 내었으면 빨리 버려야 한다. 또한 한 다리를 들고 있고, 잠자코 말하지 않게 하고, 물과 불에 뛰어들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중생을 살해하는 방법과 주문을 허락하였다 하며,, 다섯 가지 우유와 유밀 가죽신 따위를 여래가 허락하고 여래가 열반에 들었다고 설하는 경율은 마군의 사법이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이는 보살이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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