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세계순례대회 모습.

종교 간의 화합과 상생을 목적으로 개최를 앞둔 제2회 세계순례대회(2013 World Pilgrimage Festival)가 반쪽 행사로 전락할 국면을 맞았다. 28일부터 10월5일까지 전라북도 전주와 김제 완주 일대에서 열리는 순례축제에 불교측이 전면 불참을 내세운 이유다.

26일, 세계순례대회 불교측 조직위원회(부위원장 보륭)에서 통보한 성명서에 따르면, 전주시 종교 관광성지 사업 계획과 관련해 불교를 철저히 배제한 것이 백지화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불교측은 천주교 평화의 전당 건립비 380억 원과 기독교 근대선교기념관 125억 원 집행과 더불어 불교 고유 명칭을 지닌 승암산을 천주교식의 치명자산으로 개명하는 등 전주를 특정 종교의 성지화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번 세계순례대회의 불참을 통보했다.

순례대회 사무국(박동진 사무국장)은 “순례대회 개최와 전주시 종교 예산 편성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순례대회 조직위는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 있어 기획은 물론 자문한 바도 없는 바, 불교계에서 부당하게 연관 지어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순례대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10월5일 상생 한마당(전북도청 대공연장)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4대 종교(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지도자가 만나, '순례로 하나 되는 세상' 모색의 일환으로 평화포럼이 열린다.

▲ 장춥체덴 켄 린포체.
불교계 해외 초청 인사로는 장춥체덴 켄 린포체(Jangchup Choeden Khen Rinpoche, 가덴샬체 사원장)의 ‘종교간의 상생’ 주제 평화 포럼 발제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켄 린포체는 인도 문곳에 재건된 가덴샬체 사원의 총괄 책임을 맡은 사원장으로서 2009년에 14대 달라이라마(뗀진갸초, 78)에 의해 책봉되었다. 가덴사원은 티베트불교 겔룩빠의 3대 대표 사원(대붕, 가덴, 세라) 가운데 하나이며 대만에서도 그 분원이 설립돼 있다.

마지막까지 열어 놓고 가자는 조직위원회 입장과 달리 불교측 대책위원회는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까지 행사 불참이라는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어 양측의 구미에 맞는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란 당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라북도가 주관하고 올해로 개최 2회를 맞은 세계순례대회 본 취지가 ‘종교간의 화합과 상생’이라는 점에 비추어 각 종교간의 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안을 찾는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서울=가연숙 객원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