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다른 때와 달리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다. SBS의 ‘궁금한 이야기 Y’ 제182회 방송과 <신동아> 9월호를 장식한 인물이 총무원장 후보로 나섰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24개 교구본사별 교구종회에서 선출되는 각 10명씩 240명에다 중앙종회 의원 81명을 합쳐 모두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해 치러지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간접선거는 직접선거에 비해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데, 선거인단 선출 과정과 본선거 둘 다 우려스럽다.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다. 경쟁 상대가 있는 선거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게 되면 결국 오래지 않아 드러나게 된다. 백양사 도박건과 장주 스님의 폭로, 적광 스님에 대한 집단 폭행으로 각종 언론매체에 스님들의 부정적 면이 크게 부각되어 있는 지금, 또다시 부정선거까지 불거질 경우 우리 불교계는 다시 한 번 치명타를 입고 더욱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선거인단 스님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지금 2강3약의 총무원장 후보를 보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나은 인물도 있고 부족한 인물도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를 했으면서도 뻔뻔하게 선거전에 뛰어든 인물도 있다.

사람이란 때때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더러운 물결에 휩쓸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선거인단 스님들은 만약 이번 선거에서 그런 상황에 부닥치게 되더라도 자포자기하지 말고 냉정하게 이성을 회복하기 바란다.

보는 관점에 따라 최선의 후보가 없을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그놈이 그놈’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선거는 선택이다. 최선(最善)이 아니면 차선(次善), 차선이 아니면 차악(次惡)을 선택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최악(最惡)은 피해야 한다. 어떤 후보가 최악인지, 나도 알고 선거인단에 든 스님도 안다. 거마비 봉투의 두께나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 물밑 거래에 따라, 또는 계파나 문중의 이해에 따라 표를 준다면, 우리는 또 4년을 부끄러워하며 수렁 속에서 보내야 한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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