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세계화’라는 화두를 학술적으로 풀어갈 국내 최대의 학술행사인 2008년 한국불교학결집대회(대회장 이평래)가 열린다. 5월 17~18일 이틀간 서울 동국대에서 열리는 제4회 한국불교학결집대회에는 국내?외 불교학자 160명(이중 외국학자 8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불교학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결집대회는 한국 불교학계가 세계 지성들을 상대로 불교의 실천성·철학적 윤리성·과학적 합리성을 토론하는 담론의 광장을 펼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술진흥재단이 이례적으로 이번 대회 개최를 위해 1800만원을 지원한 것도 이러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집대회 특징
몇 사람이 발표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논문이 발표되느냐 하는 문제는 기실 더 중요하다. 결집대회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결집대회 운영위원회는 예년과는 달리 발표 신청자에게 논문의 요지를 요구했으며, 이를 토대로 접수된 200여 편의 논문 내용을 꼼꼼히 심사했다. 그 결과 함량 미달이거나 연구가 더 필요한 논문들은 과감히 걸러내고 160편만을 최종 발표 논문으로 확정했다.
이와 함께 외국 학자들이 행사기간 중 불자가정에 머무를 수 있는 ‘홈스테이’와 봉은사, 묘각사, 월정사 등 사찰에서 생활 가능한 ‘템플스테이’ 등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번 대회의 큰 특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외국 학자들이 단순한 논문발표 수준을 넘어 한국의 불교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토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 석학 누가 오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의 하나는 외국 저명 학자의 방한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 불교사상사 및 화엄학 분야 권위자인 일본 기무라 기요타카 교수를 비롯해 불교사본연구의 대가인 마츠다 카즈노부, 비구니이자 티베트불교 연구를 이끌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대 잠파 최드로엔 스님과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 가이 뉴랜드, 동남아시아 권위자인 미국 트리니티대 엘리슨 핀들리, 유식학 분야 세계적인 대가인 다케무라 마키오 및 요시무라 마코토, 일본 철학계의 권위자로 인정받는 이노우에 카츠히토 박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참여는 결집대회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 몫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논문들 발표되나
‘불교의 세계화·세계의 불교화’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결집대회는 10개 분과로 각각 나뉘어 진행된다. 먼저 지역에 따라 인도불교, 티베트 및 중앙아시아불교, 중국불교, 한국불교, 일본불교 등 5개 분과에서 다양한 학문적 모색이 이뤄진다. 또 주제별로 선불교, 불교사학, 요가 및 불교명상, 불교예술, 응용불교 등 5개 분과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다. 특히 불교윤리, 불교생명, 불교명상, 불교상담, 불교사회복지, 불교문화콘텐츠 등과 같은 현대의 민감한 주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발표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서 큰 주목을 받는 논문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출토 불경 사본(마츠다 카즈노부) △라오스 불교교단의 가사 문제(엘리슨 핀들리) △일본불교와 환경철학(타케무라 마키오) △유식학파의 보살계에 대하여(요시무라 마코토) △한국불교에 대한 일본학계 연구의 중요성과 문제점(후쿠시 지닌) △밀교학파에서 깨달음(가이 뉴랜드) △신라 의승고(醫僧考-하정용) △선과 중생구제(이덕진) △불교생태학과 한반도운하 안(고영섭) △선사상에 나타난 미학적 특성 연구(윤양호)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제4회 불교학결집대회에는 동국대를 비롯한 10개 대학과 한국불교학회 등 21개 학회, 한국불교선리연구원 등 13개 연구원(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편집실/

“한국불교는 세계 불교문화를 이끌고 있는 동북,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외국에는 이 점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못합니다. 이번 결집대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4차 한국불교학결집대회장 이평래<사진〉(사)한국불교학회 이사장은 4월 22일 서울 소피텔 앰버서더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005년 5월부터 제4차 한국불교학결집대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세 차례에 걸친 노하우가 축적된 한국불교학결집대회는 이제 질적인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라며 “논문 발표자격을 강화했음에도 인원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참여율이 좋아 국제학술대회로 명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교수는 “한국불교학회 회원을 비롯해 많은 분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행사준비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교계 학술단체가 결집대회를 준비하기엔 한계가 있어, 차기 대회부터는 동국대 등 종립대학들이 주최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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