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치러진 18대 국회의원선거 후유증이 깊다. 통합민주당 정국교, 창조한국당 이한정, 친박연대 김일윤 당선인이 구속됐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양정례 씨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서청원 당대표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비례대표 돈 공천 파문과 지역구 당선자의 부정선거로 검찰에 의해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정치권에 팽배하다.
비례대표 당선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검찰의 수사를 받는 일은 처음이다. 야당은 ‘탄압’이라며 선거법 위반 논란을 정치화시켜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당 대표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집중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친박연대 송영선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기반을 와해시키려는 목적 때문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대상자인 서청원 대표도 “1원이라도 개인적으로 사용했거나 다른 데로 돌리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공천 대가성 의혹을 받고 있는 액수가 만만치 않다. 양 당선인의 경우 16억 원에 이른다. 입이 쩍 벌어지는 큰 액수인데, 당에 빌려주었다고 한다. 단순한 채무관계라는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설령 채무관계라 해도 거액의 선거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비례대표 후보가 되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 법의 판단 이전에 국민들은 시궁창보다 더 지독한 냄새가 나는 일부 정당지도부의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알고 있다.
생계 불안을 겪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 명에 이른다. 자식들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취업에 나서는 주부들이 부지기수다. 생계 때문에 자살과 이혼이 줄을 잇고 있다. 서민들의 삶은 고통스럽다는 표현으로도 그 공통을 형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례대표제도가 처음 시행된 것은 1963년 6대 총선거였다. 직능 대표성, 정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다. 또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대표를 국회에 진입시켜 정치적 소외를 줄이자는 좋은 제도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이를 악용, 자기 사람 심기, 돈 공천으로 비례대표제를 먹칠하고 있다. 비례대표제의 돈 공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70년대 야당인 신민당 당수였던 유진산 씨의 회고록에 돈 공천 얘기가 나온다. “전국구 후보 1번부터 17번까지는 3000만원의 헌금을 내게 하되 신축성을 인정하기로 했다. 18번부터는 2000만원의 헌금을 받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나는 4·19세대나, 6·3세대, 70만 재일교포 등 각계각층의 대표를 넣자고 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절반은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마땅히 찍을 후보가 없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투표 보이콧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표를 가진 후보가 유리한데, 조직표는 평소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리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조직표가 당선의 향배를 결정하는 선거판도는 정치신인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조직과 돈이 맞물리는 구조적인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정치 발전은 기약할 수 없다. 끼리끼리 해먹는 꼴이 되고 만다. 일부 정치인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 정치혐오증을 오히려 달가워한다. 무관심은 무감시를 낳는다. 이런 가운데 유권자를 농락하는 돈 공천은 활개를 친다.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이재오 의원을 누르고 지역구 당선인을 배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창조한국당은 비례대표 2번 이한정 당선인의 허위 학력·경력 등의 문제로 급기야 지도부가 모두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결단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로 돈 공천 실체가 드러날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공천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법의 판단 이전에 국민들은 시궁창보다 더 지독한 냄새가 나는 일부 정당지도부의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알고 있다.

정성운/전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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