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어사 자장암 적광스님이 지난 8월21일 조계종 청사내 호법부 조사실로 공개적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한지 오늘(9월4일)로 만 14일이 지났다. 일부 인터넷 불교언론과 유튜브에 적광스님이 호법부 상임감찰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의 동영상이 올려졌으니 그간 적잖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적광스님은 끌려가면서 “집회신고를 했다. 백주대낮에 이러는 게 아니다. 경찰, 기자 여러분 나를 도와 달라. 112에 신고해 달라”고 절박하게 소리쳤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구출’하지 않았다. 옆에 있었던 경찰마저도.

그 이튿날 공개된 적광스님의 인터뷰 내용과 지난 8월26일 보도된 온 몸에 피멍이 든 적광스님의 사진을 보면 그가 호법부에 끌려가 얼마나 모진 매를 맞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통탄할 사건과 관련, 지난 26일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이 부분을 짧게 언급했고, 27일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적광스님에 대한 호법부의 폭행사건과 관련하여 긴급 공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였으며, 28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성명을 발표하고 조계종 호법부의 적광스님 강제연행과 폭력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하였지만 종단 권력의 중심부 인사들은 어느 누구도 입 하나 벙긋 하지 않는다.

종단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서 부끄럽다는 이도 없고,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고 따지는 이도 없다. 경찰에 책임을 묻거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은 물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없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 문제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지난 봄 백양사 도박 사건을 첫 보도한 한 인터넷 불교언론의 대표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불교를 한 마디로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종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신도 행복해야 하고, 남도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단 구성원을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서 내쫓고 재가불자에게 중상을 입히는 오늘날의 조계종.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존립 이유를 묻는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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