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에 따르면 유마거사가 광엄동자의 도량의 질문에 “곧은 마음이 바로 도량이니, 헛됨과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하였다.

원래 도량은 범어 ‘Bodhimanddhala(菩提曼拏羅)’로 깨달음을 이룬 성스러운 자리로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증득하신 붓다가야의 보리수나무 밑의 금강보좌를 말한다. 그러나 현재는 수행자들이 수행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6조 혜능대사는 “언제 어디서나 직심(直心, 곧은 마음)으로 수행한다면 어느 곳이든 도량 아닌 곳이 없다”고 하였다.

지금도 각 사찰이나, 수행처에서는 바르고 곧은 마음으로 구도행을 닦아가는 수행자들과 불자들이 무수히 많다. 그러므로 그들이 수행하는 곳은 산문이든 저잣거리든 집이든 곧은 마음이면 모두가 청정도량인 것이다.

≪임제록≫에서 “시끄러움을 싫어하고 고요함만 찾는 것은 외도(外道)의 법이다”고 하였다. 곧고 바른 마음으로 행한다면 고요한 장소이든 시끄러운 장소이든 행주좌와(行住坐臥)의 어떤 곳이든 다를 것이 없다.
거짓없는 순수한 마음인 직심을 갖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산대사도 “곧은 마음이 곧 도량이니, 이 몸을 집착하지 않으면 어디를 가나 걸림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도량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곧고 바른 마음을 가지고 수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량이 아니라 사람인 것이다.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이 곧고 바른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가정이 깨어진다. 직장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물며 수행도량의 수행자들이 곧고 바른 마음으로 수행하지 않고 눈앞의 욕망과 경계를 좇는다면 이미 수행도량이 아닌 것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하여야 할 것이다.

법진스님/본지 발행인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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