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초파일은 부처님이 오신 날입니다.
니련선하에 빗소리가 떠나간 밤, 둥근달이 뜨듯 부처님은 그렇게 오셨습니다.
캄캄한 밤에 불이 켜지듯, 부처님은 가릴 수 없는 지혜를 가지시고,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알고 찾아오셨습니다.
누군들 위없는 당신의 빛과 소리를 덮을 수가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온 누리에 가득한 법신, 우리들이 천리만리 밖에 도망가도 천년만년을 달아난다 해도 부처님의 목소리는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룸비니에 꽃비 쏟아지는 정오에 부처님은 오시고, 부처님이 외치신 최초의 말씀, 천상천하유아독존.
부처님은 온 누리에 일찍이 알지 못하는 사랑과 슬픔을 함께 가지고 우리보다 우리를 더 사랑하는 사랑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부처님이 아니 오셨다면 생사미망의 기나긴 밤에 밝은 길이 어찌 있겠습니까.
부처님이 아니었다면 중생이 곧 부처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부처님이 아니면 우주만유가 함께 평등하다는 진리를 어찌 알았으며, 우리에게 본래 구족한 불생과 불멸을 어찌 알게 되었겠습니까.
부처님은 어찌 이리도 은혜롭게 만물의 생명이 약동하는 날 정오에 기다리는 중생 앞에 님으로 문득 오셨나이까.
부처님은 오시고 산하대지가 우짖는 함성이여!
사월초파일은 부처님이 오신 날입니다.

도형 스님/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