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내가 여기서 어린이법회를 막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나는 조계종 포교원을 방문하여 어린이법회 담당 직원을 찾았다. 만나고 보니 그는 내가 예전에 다른 곳에서 법회를 할 때부터 알던 인연이었다. 그는 찬불동요를 작곡하고 직접 노래도 부르면서 어린이포교에 정열을 불태우던 몇 되지 않는 귀한 젊은이였다. 십 수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포교현장을 누비던 활동가에서 포교원의 정식 직원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어린이법회 지원을 요청했다.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교재와 자료들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우리에게도 도움을 달라고 했다. 우리 절이 어디 소속이냐고 묻기에 선학원이라고 밝혔더니 그는 뜻밖의 말을 했다. 선학원 사찰에는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충격이 얼마나 나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지 내 요청을 거절하며 미안해하던 그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어린이법회 전문가가 어린이법회 지원을 거절하는 대답을 하도록 만든 조계종 스님들이 원망스러웠다. 2년 전이면 법인법으로 인한 갈등이 불거지기 전이었는데도 그랬다.

조계종은 불교계에서 언제나 형님 노릇을 한다. 총무원장 스님은 대통령을 만날 때도 늘 맨 앞에 서고 종단협의회 회장도 도맡아서 한다. 선학원의 역사가 오래됐다고 해서, 조계종을 탄생시킨 모태라고 해서 선학원 이사장 스님이 대장노릇을 하지 못한다. 스님과 절, 신도의 숫자에 있어서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이른바 ‘형님’은 형님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때때로 지갑을 열고 통 큰 모습을 보인다. 그러지 않으면 아우들이 말을 잘 듣지 않거나 뒤에서 쩨쩨하다고 흉을 본다.

다른 건 다 좋다.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이런저런 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좋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지만 산하단체를 동원해서 우격다짐을 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포교와 교육에 관한 한 만사를 제쳐두고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계종이 부디 형님의 통 큰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한북스님/편집인, 대구보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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