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품은 상 하 2권으로 되어 있어 열반의 네가지 모습, 곧 네가지 모습[四相]을 밝히므로 사상품(四相品)이라 한다. 사상이란 대열반의 뜻을 스스로를 바르게 이해하고[自正], 다른 이를 바르게 이해하게 하며[他正], 물음에 따라 대답하고, 인연의 뜻을 잘 해석하는 네 가지 모습을 말한다.

대열반은 반야(般若), 법신(法身), 해탈(解脫)의 세 가지 덕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품의 구성은 사상(四相)을 밝혀서 반야를 이해하고, 삼밀(三密)을 밝혀서 법신을 이해하고, 백구(百句)를 통해 밝혀서 해탈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첫째, 자기를 바르게 함[自正]이란 스스로 열반을 바르게 이해함이다. 곧 중생들은 제법이 인연 따라 생기므로 무상한 생사고해의 불더미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일체종지를 얻으셔서 이러한 중생세계 이치를 이해하고 해탈을 얻으셨으므로 무상하다고 하지 않는다. 또한 부처가 설하신 12부 경전 또한 생사를 해탈하는 비밀법장을 담고 있어서 무상하다고 할 수 없으며, 이러한 불도를 추구하는 승보 또한 무상하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래와 교법과 승가는 불가사의하다는 것을 아는 것을 자기를 바르게 함이라 한다.

둘째, 다른 이를 바르게 함[他正]이란 다음의 사실단의 취지에 의하여 중생을 바르게 알도록 한다. 먼저, 중생이 바라는 바를 말하여 상대로 하여금 환희케 하여 다른 이를 바르게 하고, 다음으로는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무아 무상을 설하여 바르게 알도록 하며, 그 중생이 번뇌를 대치하는 상락으로 바르게 하고, 여래의 위없는 법장을 설하여 제일의법으로 남을 바르게 한다.

여기서 중생의 번뇌를 대치하여 바르게 함에 있어서는 이 경에서 6미(味)를 밝히는데, 중생들의 3미에는 고는 신맛, 무상함은 짠맛, 무아는 쓴맛이라 한다. 또한 열반의 3미는 즐거움은 단맛, ‘나’라 함은 매운맛, 항상함은 싱거운 맛이라 한다.

제일의 법을 이해하여 남을 바르게 함이란 여래의 비밀하고 위없는 법장의 진실을 밝혀 열반의 참된 뜻을 바르게 알도록 함이다. 곧 여래의 몸은 영원한 실상으로서의 부처의 몸이므로 법신이라고 한다. 중생들에게 현상적으로 보이는 부처의 몸은 인연 따라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나투신 부처이므로 무상하고 무아이며 생사고를 보이시는 응화신이다. 여래는 영원하므로 변역하지 않고 상주하며, 여래의 비밀스럽고 위없는 법장을 보살들에게 부촉한다고 한다.

셋째, 물음에 따라 답함이다. 여기서는 진실한 대시주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가운데 불교에서의 육식(肉食)문제를 밝히고 있다. 여섯의 문답이 있다.

① 대시주에 대한 문답에서는 대시주란 고기를 먹는 이에게도 고기를 보시하지 않아야 할 것이요, 고기를 먹지 않는 이가 큰 공덕이 있기 때문이다. 법을 수호하는 보살은 고기를 먹지 말라. 또한 단월의 보시를 받게 되면 자식의 살과 같이 생각하라고 한다.

② 육식을 금하는 이유에 대한 문답에서는 육식은 대자비의 종자를 끊기 때문이라 한다. 

③ 세 가지 정육(淨肉)의 허용문답에서는 형편에 따라 세 가지 정육(淨肉)은 허락한다. 곧 자기를 위하여 죽이는 것을 보지 않고, 자기를 위해서 죽였다고 듣지 않았고, 자기를 위해서 죽였다는 의심이 없는 고기를 말한다.

④ 열 가지 부정한 고기나 아홉 가지 깨끗한 고기도 불허한다는 문답에서는 형편에 따라 제정한 것이므로 열 가지 부정한 고기나 아홉 가지 깨끗한 고기를 허락지 않는다고 한다. 아홉 가지 깨끗한 고기[九淨肉]란 앞의 3청정식에 다시 자기를 위해 죽인 것이 아닌 고기, 수명이 다하여 자연히 죽은 동물의 고기, 맹수나 새들이 먹다 남은 고기, 죽은 지 오래되어 저절로 건조한 고기, 우연히 먹게 된 고기, 이전에 이미 죽어 있었던 고기를 말한다. 열 가지 부정한 고기란 비록 삼정육이라고 할지라도 인육, 뱀, 코끼리, 사자, 말, 나귀, 개, 돼지, 여우, 원숭이 고기 등 특별히 영혼의 업과 깊은 10가지 종류의 고기는 먹지 말라고 하였다.

⑤ 니건자(외도)의 소견에 대한 문답에서는 니건자 외도(자이나교도)와 같은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계율을 정한 의의에 대해서는 “실제로는 사문이 아니지만 사문행세를 하며 나쁜 소견이 치성하고 바른 법을 비방하나니 이런 무리는 여래가 제정한 계율과 옳은 행동과 위의를 파괴하고 해탈의 과를 말하면서도 청정한 법을 여의고 깊고 비밀한 교법을 깨뜨리며 제멋대로 경과 율을 어기는 말을 지어내면서 말하기를, ‘부처님께서 우리들이 고기 먹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하며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부처님 말씀이라 다투면서 제각기 부처님 제자라고 한다” 하여, 여래가 제지하는 일체의 금계는 어느 것이나 각기 다른 뜻이 있어서 제정한 것이라고 하였다.

넷째, 잘 인연의 뜻을 해석함이란 여래는 중생들의 인연을 살펴 깊고 묘한 삼보의 법문을 설하고 율과 바라제목차를 제정하였으므로, 이러한 이치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오래전부터 중생들이 악도에 들어갈 것을 아셨을 텐데 어찌하여 미리 계율을 제정하지 않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중생들이 법답지 않은 일을 행함으로 인하여 일을 따라 계율을 제정함으로써, 법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가르친 대로 닦아 행하면 여래의 법신을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비유하면, 임금이 나라 안에 누더기 옷을 입은 이가 있으면 그 옷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서야 깁게 하는 것과 같이 여래도 중생들이 악도에 들어갈 인연이 있음을 보게 되면 계율을 선한 것으로 이를 깁도록 한 것이라 한다.

이기운/불교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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