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길을 가다 빼어난 절경을 만나면 대부분 탄성을 지른다. 그러나 산행을 나선 이의 탄성을 자아내는 게 또 있다. 만약 그가 불자라면 그런‘절경’보다는 산세를 거슬리지 않고 편안히 앉아 있는 사찰에 더 탄복을 할 것이다. ‘해운대 뒷산’으로 알려진 장산(?山) 성불사 역시 그런 사찰이다.
성불사는 장산 기슭에 앉아 있는 사찰이다. 사하촌을 가로질러 좁다란 산길을 30분 남짓 딛고 올라서야 다다를 수 있는 곳이다. 수림이 울창하고 곳곳에 기암괴석이 있는 터라, 산행은 결코 심심하지 않다. 부산지역 산악인들이 “백두대간의 정기가 남으로 뻗어 동남간 끝 쪽에 맥을 응축해 세운 산”이라며 장산을 아끼는 이유가 이런 풍광 때문이었을까.
한참을 내딛자‘마음 다스리는 글’을 촘촘히 새긴 돌기둥이 보였다. 그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성불사 산문이다. 산문이라고는 하지만, 흔히 말하는‘일주문’은 아니다. 단지 성불사의 경내와 경외를 구분할 뿐, 차안과 피안을 나누는 경계선 같은 중압감을 주지 않는다. 근처를 지나는 등산객에게 사찰을 활짝 열어놓은 셈이다.
산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니 성불사 경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눈 보다는 귀가 더 쫑긋해졌다. ‘관세음보살’정근 소리가 청아하게 밀려왔고, 뒤이어 청법가가 들렸다. 매달 음 24일은 관음재일 법회가 봉행되는데, 성불사에서도 그 법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법상에 오른 성산 스님을 뵐 수 있다는 생각에 한 걸음에 대웅보전으로 들어갔다.
대웅보전에는 40대에서 60대까지의 우바이와 우바새 50여명이 감로수 법문을 청하고 있었다. 잠시 후 법상에 앉은 성산 스님은 일상의 사유를 빗대어 부처님의 지혜를 풀어 주며, “취모검을 휘둘러 어려움을 극복해 나아가자”고 당부하고, 이내 『법화경』 강독을 진행하며 신심을 다잡아 갔고, 대웅보전에는 활발발한 기운이 밀밀(密密)히 퍼졌다.
성불사는 1960년대 초 부산 지부장을 역임하시던 송강(松江) 박차경 보살이 법당 10평, 산신각 2평, 요사채 10평 정도의 암자(칠성암)를 세운 것이, 그 시작이다. 그 후 성산 스님(성불사 주지)이 몇 차례 땅을 매입하며 칠성암에서 성불사 사찰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불사에 들어갔다. (재)선학원에 등록한 것은 1971년 5월이다.
성산 스님은 우선 사찰 진입로를 포장하며 전기와 전화를 산사에 끌어들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1986년 10평이었던 요사채를 50평으로 증축하고, 다시 1991년 2평이던 삼성각을 10평으로 늘였다. 또한 10평 남짓한 단층 법당을 지상 2층(각 62평)으로 새로 짓고, 1993년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약 15미터의 ‘청동관음대성상’을 조성하고, 범종각(1999년)과 팔각9층석탑(2003년)을 세우는 것으로 20여 년 동안 원력을 모아 추진한 불사를 마쳤다.
성산 스님은 성불사 적광암(寂光庵)에 주석하며, ‘고요한 빛’이라는 암자의 이름처럼, ‘고요하지만 밝은 빛[지혜]으로 수행과 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성불사를 찾을 불자들에게 헌신한다.”는 스님의 말을 굳이 옮기지 않더라도, 성불사는 지혜와 자비로 지역주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매년 두 차례 진행하는 방생법회 보시금은 ‘1인 1만원’에 불과하다. 여느 사찰 같으면 3~5만원이겠지만, 성불사는 그렇지 않다. 인등비는 말할 것도 없다. 아직까지 ‘1인 1천원.’ 일 년 해봐야 ‘1만2천원’인 셈이다. 10만원을 훨씬 웃도는 다른 사찰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이는 “경제가 어려우면, 그만큼 법회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는 성산 스님의 지론 때문이다. 보다 많은 대중이 정법을 만날 수 있는 방편은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성불사 방생법회 때면 45인승 대형버스 20~30대가 움직이고, 청동관음대성상을 병풍처럼 둘러싼 수만 개의 인등이 밤마다 ‘환희심’을 뿜어낸다.
“승려의 기본 도리가 아니겠냐.”는 성산 스님은 “작은 보시라도 귀하게 여기고 긍휼한 사중 가풍을 세운다면 절 살림이란 어렵지 않다.”며 “또 성불사 모든 사부대중이 행복해 하는 일을 해나간다면, 그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가치를 깨닫게 하고, 또 진정한 불사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성불사를 외호하듯 서있는 나무처럼, ‘고요한 불빛’처럼 사부대중의 원융한 신행을 돕고 있는 성산 스님의 원력이, 가까운 미래 성불사를 부산, 경남지역에서 최고의 관음도량으로 우뚝 세우길 기대해 본다.

성불사 부산시 해운대구 우 2동 1108-11번지 (051)746-4800~1

오종욱/본지 편집실장

성불사 종무전산화

성불사의 종무행정은 역동적이다. 30대 종무원들(김건형 실장, 32 / 김상범 팀장, 37)이 성불사 살림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종무행정 프로그램인 ‘도솔천’, 홈페이지(www.sungbulsa.or.kr), ‘인등회원카드’ 시스템 등을 구축해, 신도관리와 사찰홍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도 30대 종무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김상범 팀장이 적극 참여, 개발한 종무행정 프로그램‘도솔천’은 컴퓨터를 잘 몰라도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적용하고, 사찰 회계 업무의 정확성과 보안성도 실현했다. 또한 △‘사찰 컨설팅’ △‘각종 카드 연동’ 서비스도 지원한다.
김 팀장은 “도솔천은 2007년 동서대학교 주최 IT 콘테스트에서 ‘IT 프로그램’ 부분 3위에 입선했을 만큼 우수한 종무행정 프로그램”이라며 “성불사 종무 실무를 바탕으로 개발해, 어느 사찰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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